평소에 우린 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내 키보다 겨우 몇 센티 높은 철봉을 보면 호기롭게 그것에 매달려보곤 하죠. 그리곤 깨닫습니다. 중력이 얼마나 무심하고 잔인한 존재인지 말이죠.
“턱걸이를 만만히 보고 매달려보면 알게 돼.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현실에 던져져 보면 알게 돼.
내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의 첫 권. 완생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미생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작품의 시작은 턱걸이였습니다. 내 몸을 짓누르는 모든 중력을 오직 두 팔에 의지해 들어 올리는 턱걸이. 그 단순한 운동을 하기 위해 철봉을 잡으면 우리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한 중력의 쓴맛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과 사회, 현실에 던져지면 나라는 한 사람의 무게를 이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비로소 깨닫게 되죠.
그런 중력이 버겁다해서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나마 중력이 약한 적도를 향하는 것뿐이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그렇기에 우리는 중력을 짊어진 채 살아야 합니다. 적도에 가서 쉴만한 긴 휴가도 없고, 간다고 한들 무심한 중력은, 또 무서운 세상은 우리를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우리는 철봉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별수 없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요.
중력과 함께 즐거울 방법을 찾을 수밖에요.
어떤 게 있을까요?
중력을 이기며 높은 산에 올라 멋진 풍경을 봐도 좋고,
중력에 더해 물의 저항을 만끽하며 수영을 해봐도 좋겠죠.
그게 아니면 매일 밤 뜨는 달과 달이 젓는 바다의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철봉에 매달려 중력이 있어 아름다운 것들을 즐겨봐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