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슬픈 단편소설】 Ep1. 하차

by 최동민

멸망해 버린 세상에 아마도 홀로 남은

이윽고 슬픈 독서가의 【독서, 픽션, 리뷰, 산문】 일지.


이윽고 슬픈 독서가





【작가의 말】

바쁜 하루의 끝. 어딘가에 오르고, 또 어딘가에서 내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의 이유로 한숨을 짓고, 또 저마다의 이유로 터덜터덜 걷습니다.


그런 걸음의 끝에, 문 열고 들어선 집안의. 그곳의 온기를 기억 합니다. 그 온기는 때로는 피로를 때로는 마음을 또 때로는 온 몸을 녹이듯 데워줍니다. 하지만 그 온기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아주 조그맣게 적힌 유통기한이.


그래서 때때로 우린 식어버린 후에 뒤늦게 온기를 그리워하곤 합니다. 또 누군가는 사무쳐 하기도 합니다. 내려버린 것에 대한 감정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차'란 제목의 자그마한 픽션을 전합니다.



【스크립트】


_지하철 들어온다.

_사람들 내린다.

_지하철 출발한다.


"어디야? 아직 도착 못했어?"

"아, 지나쳤다."


_지하철 문 열린다


"졸다가 또 잘못 내렸어."

"으이구. 또 종점까지 간거야?"

"그 정도 바본 아니네요."

"바보라서가 아니라. 피곤하니까 그렇지."


_집으로 가는 길.


"밥은?"

"먹었어."

"거짓말."

"귀신이네, 우리 엄마."

"컵라면 사놓은 거 있어서 먹으면 돼."

"그러지 말고 밥 먹어. 반찬 몇 개 해서 넣어놨어."


_냉장고 연다.

_비어있다.

_전기포트에 물 끓인다


"... 그런 날이 있었다."

"엄마가 반찬 몇 개 해놓고 가던 그런 날이 있었다."

"이제는 없다."

"엄마는 내려 버렸으니까."


_전기포트의 물이 끓는다.


"... 내일도 잘못 내릴 것 같아."

"엄마."


_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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