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반대편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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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되겠지.

일 년 더 살다 보면 달라지겠지. 하루 더 시간이 가면 그만큼. 나아지겠지. 그런 생각을 지팡이 삼아 우리는 하루의 시간을 살아 냅니다.


영화 <보이후드>의 주인공은 소년 메이슨이었습니다. 그런 소년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될 때까지. 영화는 그의 생, 그 단면을 얇게 저며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선 또 다른 이들의 삶. 그 단면도 보여주죠. 친아버지나 누나, 친구, 그리고 엄마의 삶을 말입니다.


메이슨의 엄마는 몇 번의 결혼. 그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습니다. 그 굴곡진 언덕을 넘어설 때마다 그녀는 성장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고개를 넘는 것이,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 성장이 아닌 소모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메이슨이 소년에서 벗어나는 만큼, 그녀는 노쇠해 버린 것이죠.


그런 엄마에게 남은 희망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평생을 기도하고 기대했던 무언가. 자신도 정확히 뭔지 모를 그 무언가가 내일은 선물처럼 내 생에 놓이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소년이었던 메이슨이 대학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들 앞에서 눈물을 쏟고 말죠.

“무언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라고, 흐느끼며.


엄마는 기다렸던 것입니다. 무언가…. 나의 지난날을 보상해 줄 만한 무언가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고. 그것만 손에 쥘 수 있다면 과거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지고, 내 잔이 넘치고, 넘치고, 또 넘칠 것이라고.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아픈 만큼. 또 노력한 만큼의 선물이 비례해서 돌아오질 않습니다. 그러한 생의 역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엄마는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의 곁에는 이제 다 커서 눈물을 닦아줄 아들이 있고, 생의 나이테를 함께

그려간 마음 맞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일 텐데요.


생의 역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곁을 감싸는 36.5도의 온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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