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For Two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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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망에 찻잎을 넣습니다. 3그램 정도. 물은 300밀리리터 정도면 충분하겠죠. 시간은 3분. 딱 3분만 기다리면 티포트 안에서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진하면서도 그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차가 완성되는 것이죠.


1662년. 포르투갈의 캐서린 공주는 영국 찰스 2세와 결혼하면서 포르투갈에 있던 두 가지 보물을 가져갑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차였죠. 영국에서는 아직 익숙지 않았던 차. 하지만 캐서린 공주가 고향이 그리워 그것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 문화는 영국 상류층이 향유할만한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차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에 더해지는 문화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캐서린 공주가 가져간 또 다른 주머니에 있었는데요. 그 주머니에는 아주 달콤한 설탕이 들어있었습니다.


설탕은 차의 떫은맛을 가려줍니다. 그래서 막 생산되어 품질 좋은 차가 아니더라도 차의 맛을 일정하게 맞춰주었죠. 또 떫은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설탕을 넣어가며 그 맛을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는 더욱 대중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캐서린 공주가 전달한 설탕은 맛의 자유뿐 아니라, 향에도 자유를 주었습니다. 설탕의 양으로 차의 맛을 조절할 수 있게 되자, 차를 즐기는 이들은 차의 맛뿐 아니라 향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그 결과, 영국 사람들은 허브와 찻잎을 조합해 가향을 시도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수천 가지의 향을 가진 찻잎을 티포트 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설탕의 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콤한 맛은 차의 맛과 향을 조절해 주었을 뿐 아니라, 차의 양에도 일종의 혁신을 가져다주었는데요. 과거라면 소량으로 우려내야 했던 차를 한 번에 대량으로 우려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맛은 어차피 설탕으로 조절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인들의 티테이블에는 점차 큰 티포트가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거대한 티포트에 찻잎을 잔뜩 넣고 더 많은 지인과 테이블에 둘러앉았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차를 마시며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아주 작은 주머니에 든 달콤함. 그 맛이 가져다준 선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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