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으면 무너지는 삶의 밸런스. 우리는 곧잘 일을 비롯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의 목록에 의해 일상을 잠식당하곤 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살고 나면 남은 것은 아주 커다란 한숨이 전부. 내가 원하던, 또 내가 꿈꾸던 일상은 이런 것이 아닌데…. 이미 기울어버린 시소를 돌이킬 방법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죠.
그럴 땐, 반드시 하지 않아도 좋을 일상의 목록을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소 작가가 검도를 자신의 일상에 채웠듯 말이죠.
이소 작가는 대학 시절 우연히 검도를 일상에 들여놓았습니다. 잠시 하다 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접어둔 채, 일단 시작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강의를 들은 뒤 향하던 도장길이
이젠 퇴근을 마치고 향하는 도장길로 바뀌었고, 그 시간은 적당한 무게로 남아 일상과 업무라는 시소의 균형을 아주 잘 맞추어 주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죠. 회사에서 실수를 크게 하는 바람에 마음이 푹…. 가라앉던 날이었습니다. 그냥 침대에 파고들어 자책이나 하며 잠에 들까도 싶었지만, 작가는 언제나 그랬듯, 일상의 루틴인 검도 도장으로 향했죠.
물론 마음이 헝클어져 있으니, 검도가 잘 될 일도 없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범님은 이렇게 말했죠.
“왼발이 앞으로 나가는 오른발 뒤로 따라붙는지 확인해 봐요. 그러고 나서 앞으로 나가봐요.“
검도의 기본 중의 기본을 다시 알려준 사범님. 그의 말에 따라 이소 작가는 힘을 빼고 천천히 앞발과 뒷발의 간격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앞을 향하며 정확히 타격!
이소 작가는 그 완벽한 타격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나의 삶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나의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이죠. 이것은 검도라는 일상이 채우고 치료해 준 작은 위로일 텐데요. 이런 일상의 위로 덕에 살아갈 수 있겠죠.
오늘 그리고 내일의 하루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