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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 에세이 #98. 고독한 미식가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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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을 마친 고로는 오늘도 배가 고픕니다. 기왕 멀리 출장을 왔으니, 이곳의 명물 요리를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고심하며 가게를 찾다 보니 배는 점점 더 고파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을 믿으며 고로는 느낌이 좋은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갑니다. 이제 할 일은 메뉴판을 정독하고 장고 직전에 오늘의 식사를 결정하는 것이죠. 고로는 주변 사람들의 메뉴도 살피고, 주방이 보인다면 주방의 풍경도 엿보며 이 집에서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을 고릅니다. 그리고 혼자지만 두 명이 먹어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주문하죠.


이윽고 테이블 위에 고로가 주문한 음식이 차려집니다. 고로는 그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배를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아무도 들리지 않을 독백으로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아쉬워하곤 하죠. 마치 괜찮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음식과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깨끗해진 그릇뿐인데요. 그 그릇을 보며 가게의 주인도 고로도 미소 짓습니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며 고로는 진심으로 말하죠.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이에요. 그러면 주인은 자신이 더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로를 마중합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이렇게 고로라는 주인공이 식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주 심플한 기획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힐링 드라마라는 칭호와 함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우리는 왜 남이 밥 먹는 장면에 힐링의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게다가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식사를 해치우곤 하는데, 그런 우리에게 고로는 느긋한 식사의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먹고사니즘의 진짜 의미도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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