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아내와 인생을 살았던 칼. 그러나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아내는 먼저 칼의 곁을 떠나고 맙니다. 칼에게 남은 것은 작은 집과 집 안 곳곳에 숨어있는 아내와의 추억들. 칼은 그 추억을 더듬을 때마다, 함께 모험을 떠나자며 모으던 저금통을 볼 때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저녁에 잠들 때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창문을 열 때마다, 해가 좋을 때마다, 날이 궂을 때마다 아내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자신의 어깨 위 고독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쓰다듬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털어낼 수도 없는 고약한 녀석. 그 녀석은 침대 끝까지, 꿈속 어디까지고 찾아와 칼을 괴롭힙니다. 대체 어쩌란 것인지 모르게 말이죠.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칼은 인정하게 됩니다. 이 고독은 자신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 그리고 이왕 고독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남은 자의 운명이라면 떠난 아내와의 꿈이었던 미지의 장소로 가서 고독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결심하죠.
하지만 이미 나이 든 칼은 긴 비행을 할 자신도, 체력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숨결이 깃든 집을 떠날 자신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죠. 그래서 칼은 아주 특별한 방법을 떠올립니다. 바로 엄청난 수의 풍선을 집에 매달아 열기구처럼 둥실 떠오르는 것이죠. 그리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하늘 위 항해를 떠나 아내와 약속했던 장소. 그곳으로 향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놀라운 계획을 시작한 날, 칼은 떠오른 집에서 찰나의 무중력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떠오르고 자신도 떠오르고 고독마저 떠오른 그 찰나의 순간. 어쩌면 그것은 용기를 낸 자신에게 아내가 주는 선물이자. 자신도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는데요.
칼은 믿어보기로 합니다.
그 찰나의 시간을. 그리고 아내와 함께, 모험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