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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이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생각을 바꾸면 배움이 보인다.

by 피델

카공족을 아는가.

너무 유명한 단어라, 네이버 사전에서도 한번 찾아봤다


카공족[프랑스어]café工族

명사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

카공족 오픈사전

심화되는 취업난으로 여럿이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접근성도 뛰어난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카공족 때문에 카페 사장님들이 골머리를 썪고 있다는 기사도 많이들 접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카공족이라, 커피 하나 시켜놓고 이런저런 공부를 하려고 스타벅스에 가끔 들른다.

스타벅스는 정책상 카공족을 내쫒지 않아, 눈치보지 않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서울에서 "뇌파를 이용한 나 사용 설명서"에 대한 후속 강의를 마치고, 집 근처의 스타벅스를 들렀다.

원래 오후가 되면 소파에 붙어 있는 원형 테이블은 노트북 카공족 때문에 거의 자리가 없기 마련인데,

운 좋게 한자리가 있어서 기분 좋게 앉아서 노트북을 주섬주섬 꺼냈다.


노트북에 이어폰을 꽃고 잠시 옆을 바라보니, 어이쿠..

대단한 분이 한분 보인다. 그분을 잠시 묘사해 보자면

- 혼자 온 남자 학생? 아저씨?? 여튼 20대 초중반으로 보인다

- 헤드셋을 끼고 모자를 눌러 쓰고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 혼자 왔지만, 테이블 두개를 붙여두고 쓰고 있다.

- 책상위에는 거치대에 올라가 있는 노트북이 한대, 건반[음악 키보드] 약간 긴게 하나, 짧은게 하나

-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기

- 신발은 고이 벗어 앞쪽에 두고, 양말을 신은 두 발을 책상밑에 꼼지락..

- 텀블러..


보자마자 기가 찼다.


내가 카페 주인이었다면

진짜 쫒아내고 싶었을 것 같다.

항상 부족한 스벅 자리에, 그것도 콘센트가 있는 원형테이블 두개를...

커피는 주문한것 같지 않고, 집에서 가져온 텀블러에 물만 넣어 온듯 한..

그리고, 신발까지 벗어두고,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헤드폰을 끼고 있는...



나 이외에도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겠는가, 원래 스타벅스가 그런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걸,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생각해 보니. 이 아저씨 되게 자주 본다??"

그랬다.

주말에 올 때 마다, 거의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오면 내가 7시 정도에 오는데, 이 아저씨는 9시 정도면 보였던 것 같다.

항상 같은 포즈로 두개를 붙여서 음악 프로그램을 켜 놓고 편집을 하고 있다.

자리도 거의 비우지 않는다.

화장실도 안가나.. 행색을 보니, 골초여야 할것 같은데, 담배도 안피우나 보다.

그러면서 쉬지도 않고, 몸을 베베 꼬면서 [음악을 타고 있는 거겠지만] 건반을 두드린다.



와.. 진짜 꾸준하네

그렇네.. 진짜 꾸준하네.

매주말마다 [모르지, 평일도 있을지] 몇시간 씩이나,

이렇게 꾸준하게 음악편집을 하고 있다.

내가 본게 작년부터였던 것 같은데, 수개월째 이렇게 꾸준하다.

대단하다


다른 사람 눈은 신경 안쓰이나.

나라면, 신경이 쓰여서도 못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시선도 신경 쓰일것 같고

여기서 일하는 크루들이 청소하러 올때마다 신경쓰일것 같고

사람이 많아지면 왠지 미안해질 것 같은데...

대단하다..


아마도 진짜 좋아하는 걸 하는걸꺼야

이렇게 꾸준하게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진짜 그 분은 음악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일꺼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작업이 더 잘 되는 사람일수도 있겠지.


문득 부러워졌다.

저런 꾸준함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 사람이.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보니,

"진짜 좋아한다면 해 볼 만 하지 않을까" 라는 내면의 답이 돌아왔다.



내가 그 친구를 지금까지 바라봤던 모습은 사실 "진상" 이었다.

아, 왜 저렇게 살지, 저렇게까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면서 살고 싶나, 사회성이 없나?

이런 생각.


근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 친구한테 배울게 있더라. 아니 심지어 많았다.

"꾸준하려면 저정도는 해야지"

"내 인생을 즐기려면 저정도 할 수 있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본다는데 뭔들 못하겠어"


나는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디까지 해 봤는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세상의 눈치를 보고, 나의 내면의 눈치를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난 얼마나 꾸준했는가..

나는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가..



지난 일요일, 내가 세상을 배운 건

세상을 이기적으로 내가 바라보고 싶은 부분만 바라보자.

는 부분이었다.


생각을 바꾸면 배움이 보인다.

이렇게 세상을 배운다. 이렇게 사람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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