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나한테 맞는 일인지 확인하는 세가지 질문
책임님, 요즘 얼굴이 좀 피셨는데요?
며칠 전, 연수원 건물 앞에서 만난 예전 동료가 툭 나한테 이런 말을 건넨다
으례히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서 아니에요~~ 하려다가,
"제가 교육 과정 운영만 하면 이렇게 얼굴이 좋아져요~" 라고 답을 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진짜 얼굴이 좀 좋아졌나? 그런것 같기도 한데?' 하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 봤다.
나는 사실, '번아웃 말기' 에 있다.
작년, 회사에서 [리더의 멘탈케어 프로그램 담당자]가 되면서, 내가 먼저 검사를 해봤는데,
심각군에 있었다.
오죽하면 담당자하고 전화를 하면서
"책임님부터 멘탈케어를 하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라는 말씀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네기도 했다.
뇌파 공부를 하면서,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 번아웃으로 진행이 되는지도 연구해 봤고
번아웃과 무기력이 어떻게 다른지도 나름 결론을 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쉽사리, 내 상태는 바뀌지 않았고, 반기마다 한번씩 하는 번아웃 검사에서
작년 말에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확인하는 방법 I
유난히, "일은 재밌게 해야 해" 라는 생각이 많았기에,
관련한 책들도 좀 읽고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강점"에 대한 책과 강의를 하면서,
이 일이 나의 강점을 드러내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에 대해 세가지로 정리해 봤다
1. 하기 전에 얼마나 기대를 하게 되는(설레는) 일인가
2. 하고 있을때 얼마나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성취하는가
3. 하고 나서 다시 또 하고 싶은 일인가.
상당히 맞는 말이었고, 이걸 근거로 해서, 마케팅에서 HR로 옮겼다.
그리고 나서 나는 "교육"이 맞는 사람으로 한 5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 이후 13년째 교육을 하고 있지만, 6년째부터는 쉽지 않다.
연차가 올라가면서, 교육 장면에 나서기 보다는 기획을 해야 했고, 보고를 해야했다.
강의장에서 대면을 통해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보고 장면에서 윗사람에게 항상 평가를 받아야 했다 (사실, 보고 장면에서 상사를 움직이는 거다, 라고 마인드셋 해 봤지만 진자 안되더라)
그렇게, 17년부터 작년까지, 나는 그렇게 HR도 힘들었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확인하는 방법 II
그러다가 올해, 4월말에, 예전 동료를 맞아서 저 이야기를 들은거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최근에는 퇴사뽐뿌도 있지 않았고 "이정도 하면 계속 해 볼만 한데?"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 하고 대화 나누자고, 웃으면서 먼저 제안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달라진거지??" 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강의장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는게 좋다
대중 앞에서 말을 할때, 마이크 쓰지 않고도 내 말이 퍼져나가는게 좋다.
내가 마련한 그 프로그램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내가 마련한 네트워킹 자리에서 왁자지껄한 모습이 좋다.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일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첫째, 다른 일을 할때보다 웃음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더 웃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오늘 더 웃어야지!!'라고 선언하게 되는 날도 더 많아진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알기 시작한다.
나는 유난히, 교육을 운영하고 있을때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그렇게 마이크도 안쓰는데 소리가 짱짱해요???"
"이번에 온라인 영상 녹음하는데 더빙좀 해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어요?" 라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셋째.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일 중요한데. 월요일이 두렵지 않아진다.
그렇게 회사가 가기 싫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두렵지 않다.
'오늘 가면 또 어떤 분들이 오시려나', '오늘은 어떻게 해 드리면 한번 더 웃어주시려나' 하는 생각.
그리고 '오늘 같이 운영하는 동료들에게는 어떤 제안을 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개인적으로 이 세가지가 충족된다면, 그 일은 평생동안 하고 싶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중요한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일을 하느냐 이다.
그랬다.
HRD(교육)이 처음엔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사람들과 공감하며 일을 하는게 좋고 , 잘하는 거였다.
이전에 마케팅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보고하는게 싫었던거였다.
R&D 개발이 맞지 않다고 옮겨왔지만, 사람들이 혼자서만 개발하고 어울리지 않았던 환경이 숨막힌거였다.
결국, 나는 어떻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아는것이
나의 평생동안 할 일을 찾아가는 첫 걸음인듯 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로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게 좋다.
그리고 "영향력" 보다는 "사람"에 더욱 초첨이 맞아 있다.
백세시대를 넘어 백이십세 시대라고 한다.
무병장수.. 면 좋겠지만, 그건 하늘이 내려주는 거고,
"웃음"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