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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과 배려 사이

아침 출근길, 한 번의 오지랖이 가져다준 미소

by 피델

"어르신, OO번 버스는 이쪽에서 타시면 됩니다!"


아침 출근시간, 미모는 했지만 여전히 출근하는 시간은 정신없다. 항상 그렇듯이 일어나자마자는 여유롭게 신문도 보고 책도 설렁설렁 읽다가, 출근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집중력이 뽝! 올라간다. 어제도 그러다가 헐레벌떡 출근 셔틀을 타러 갔다.


회사로 가는 출근 셔틀은 집에서 3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있다. 그리 큰 버스 정류장도 아닌데, 광역버스, 관내 버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 출근 셔틀이 멈추는 곳이다. 내가 출근버스를 타는 6시 35분, 아주대병원, 삼성전자, 현대차 등등의 출근 버스가 밀려 들어온다.

그때였다.


"어~ 여기서 타믄 되는 건가 봐."


어르신 부부가 천천히 오시더니, 몇 사람 뒤 우리 회사 출근버스 줄에 선다. '아, 잘못 줄 서신 것 같은데? 뭐, 우리 회사로 가는 걸 수도 있지.' 하며 애써 관심을 접었다.

이윽고 회사 버스가 도착했다.


할머니께서 "거 봐, 아니잖아~"라고 하시니 할아버지께서 "아니, OO번 버스 요 앞이라고 되어 있잖아! 여기 맞는 거 같은데!?"라고 하신다.


버스를 타려다 돌아서서

**"어르신, OO번 버스는 여기 오른쪽에서 타시면 되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아, 이거는 회사 가는 버스예요??"라고 물으셔서 "네~"라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약간 투덜거리시더니, 할머니와 함께 천천히 이동하신다. 나는 버스 안에서 그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오지랖퍼


나는 오지랖퍼다.

예전에 MBTI 전문가 자격 공부를 하러 갔는데, 모인 ESFJ 유형들이 다들 오지랖퍼였다.

"즉각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신기하게 ESTJ 유형들도 자기들을 오지랖퍼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즉각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부동산에라도 갈라치면, 아이스브레이킹을 내가 먼저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내가 싫어하기도 했지만, 왠지 그러고 나면 내가 가벼운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요즘은 많이 줄였다.

가끔 어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면 나의 오지랖이 발동한다. 아니, 솔직히는 요즘엔 발동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런데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오지랖을 발동하고, 나는 미소를 짓게 된다.




왜 "참견"을 하지 않을까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참견"을 하기 싫어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걸 "도움"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참견"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고, "이거 오지랖 아닌가?" 하는 생각이나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오지랖을 좋아하는 내 성격이기도 하지만, 순간 '우리 부모님이 저렇게 계시면 누군가가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훅 스쳐갔다. 그러다 보니 '나도 결국엔 노인이 될 텐데, 그럴 때 누가 오지랖 좀 부려줬으면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견, 오지랖이 아니라 '도움'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오지랖을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에게 말을 하다 보면 **"나도 알아~"**라고 말을 탁 끊을 때가 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그렇다. (부부사이, 친구 관계, 연인사이, 가족 관계 등등)


하는 입장에서는 '선한 의도'이지만 듣는 입장에서 잔소리처럼 들리다 보니 그런 상황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참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다. "나도 알아~"라는 말을 들으면 그다음부터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쏙 사라진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이거다.

오지랖을 부리고 싶으면 "이게 상대방이 원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이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답이 나오더라.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노부부는 내가 말해드리는 걸 원하실까?' 하는 물음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오지랖을 부렸다. 덕분에 어제, 한 번의 미소를 더 지을 수 있었다.

역지사지. 내가 받고 싶은 도움을 남에게도 베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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