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현 시모나다역(下灘駅)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는 영상으로 보실 수 있어요. 그렇지만 글과 영상의 감정선이 다르기에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시코쿠 편이 곧 종료 될 예정입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사진이 정리 되었기에 글도 부지런히 작성해서 일주일에 2편 정도(또는 1편)는 작성해 볼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역, JR 시모나다 역
찾아가기: JR 마쓰야마 역(松山駅)에서 기차 탑승, 630엔, 49분 소요 JR 시모나다 (下灘駅) 하차
추천 탑승시간
-석양을 보고 싶은 경우(동절기): 15: 45출발 , 17:08 복귀 (체류 시간 34분)
-여유롭게 머무르고 싶은 경우: 13: 45 출발, 13:25 복귀 (체류 시간 51분)
단 한장의 사진으로 유명해진 역이 있다?
JR 시모나다 역이 바로 그 역이다. 일본에서 사진 명소로 명성을 떨치다 일본의 전국 완행열차 무제한 탑승권 '청춘18' 티켓의 표지로 선정되었다. 당시 시모나다역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라는 문구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였고, 바다로 이어진 선로가 애니메이션 팬들의 감성을 울렸다.
나 또한 바다 속을 달릴 것만 같은 바다로 향하는 철로, 저 멀리 시원하게 뚤려있는 바다와 푸르른 하늘을 연상 시키는 시모나다 역에 큰 감명을 받아 여행지로 방문하게 되었다.
신식역사로 탈바꿈 하고 있는 JR 마쓰야마역에서 시모나다역으로 출발할 수 있다. 최근 시모나다 역으로 가는 시간표가 개정이 되었다한다(2025.6.기준). 일본에서 열차 시간표가 개정 되는 것은 참 드문 일인데, 시모나다로 가는 사람들이 꽤 늘었음을 짐작케한다. 지금까지 시모나다 역은 무인역으로 하루에 30명 남짓이 찾는 역이었다한다. 그러다가 코로나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꽤 마쓰야마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기차는 세월을 그대로 머금은 듯, 오랜 향수를 간직하고 있었다. 현지인 반, 관광객 반으로 가득찬 이 열차는 설레임을 싣고 출발했다. 그렇게 달리기를 40여분 바다로 점차 가까워지는 풍경을 바라 보노라니 어느 새 시모나다 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모나다역은 실로 조촐했다. 작은 역사와 화장실 한 켠이 전부. 역무원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내를 정리하는 연세 지긋하지만 까랑까랑한 할머니께서 역을 관리하셨다. 열차에서 내리자 많은 사람들이 기차가 들어 오는 모습을 찍으려고 줄서 있었다. 한 명이 줄을 이탈하려 하자 '선을 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신다.
작은 역사를 통과하면 곧바로 보이는 작고 귀여운 커피차가 있다. 동글동글한 커피차에서 커피 한잔 사서 바다를 바라보며 감성 한 모금, 여기가 천국인가?
사실 시모나다 역에서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다. 일본에 관심 없는 친구를 데려 갔더니 여기서 뭐하면 되냐고 묻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 속, 열차 여행의 그런 감성으로 오는 곳이라 크게 볼거리라던지 즐길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작 할 수 있는거라곤 인증샷 남기기? 많은 인파들이 있지만 할머니께서 교통정리(?)를 해주시기에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이제 바다로 이어진 철길을 보러 갈 시간이다. 처음 가는 곳이다 보니 걷는 동안 확신이 없어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구글 맵을 벗삼아, 쌩쌩 지나는 차들을 벗삼아 걸었다. 이윽고 다다른 아빠와 아이가 캐치볼을 하는 평화로운 여유, 파란 하늘, 조용한 파도 소리, 감성에 젖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같이 기차에서 내린 분은 어느 새 먼저 도착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와 아이들의 웃음 소리. 참으로 여유로운 여행이다.
이제 바다로 이어진 철길을 보러 가고자 눈길을 돌렸다. 눈이 닿는 곳에는 붉은 글씨로 'キケン!(위험)' 같은 글자가 위협적으로 써져 있다. 저 쪽은 아니겠지 싶어서 다시 두리번 두리번 찾아 본다. 구글 맵이 가르키는 곳은... 여기 밖에 없는데...?
자세히 보니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작은 배를 고치는 조선소인 것 같다. 아니, 아직도 일본어와 한국어로 글자를 써 둔 것을 보니 때때로 배를 고치기 위해 이 곳으로 배를 올리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철로는 철로가 아니라 배를 바다로 옮길 때 쓰는 길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로를 밝고 서니 선로가 망가지기 때문인지 이 곳 사람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왠지 나의 푸른 감성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멀리 보이는 매점에서 잠시 쉬어갈까해서 들렀다. 이 곳은 작은 매점인데 주말만, 그것도 오전에만 영업하는 곳이다. 어지러움 속에 질서가 있는 꽉찬 공간을 정리를 잘 해둔 일본 스러움이 가득한 작은 매점이었다.
메뉴를 보니 우동이나 가벼운 식사류나 음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쟈코텐(じゃこ天)이 무엇인지 물어 보니, 이 지역의 명물로 생선 전체를 갈아서 밀가루와 함께 튀긴, 우리의 '오뎅' 같은 음식이라한다. “우리 집 쟈코텐은 갓튀겨 맛있어요” 갓 튀긴다... 그렇다면 한번쯤 먹어 볼 이유가 생겼다. 정말로 금새 튀겨 나온 자코텐이 나왔다. 음… 비교하자면 비릿 맛이 있는 오뎅이다. 비린 만큼 생선의 다양한 맛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 오뎅은 밀가루 비중이 높다 한다면 이 집은 거의 생선살이 90%이상은 되는 맛이었다.
슬슬 기차 시간이 다나과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언덕을 오르며 바라보는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언제 또 올거야? 하고 손짓 하듯 물결에 출렁였다. 아쉬움을 숨기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만 찰칵 찰칵 소리내어 본다.
올 때는 설레임으로 갈 때는 아쉬움으로 그 모든 감정을 푸르른 바다에 던져 버릴 만한 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