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일터는 자연입니다

초록노동자의 일터를 소개합니다

by 초록노동자

어쩌다 보니 이십 년째 식물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어요. 그 시작 지점에는 지도교수님이 계십니다. 그때 이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지도교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지도교수님은 훼손된 생태계를 원래의 건강한 생태계로 돌려주는 복원생태학을 전공하셨어요. 훼손된 생태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기 위해 그곳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과 토양의 상태 등을 조사해야 하고요. 원래의 건강한 생태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문헌을 찾고, 주변의 건강한 생태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조사해서 힌트를 얻어야 해요. 그래서 저의 일터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곳이면 어디나’입니다.


IMG_5471.JPG?type=w1600


생태계의 유형에는 산림생태계, 습지생태계, 농경생태계, 해안생태계, 도시생태계 등이 있는데요. 모든 생태계 유형을 다니며 식물을 조사하고, 조사해 온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냈습니다. 일 년의 반은 야외에서 보냈는데요. 야외 조사복을 입고 자연에서 조사하는 제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은 야외 조사는 외부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저는 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특별한 의미를 끌어내어 환경정책에 반영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조사 결과만으로는 자연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어서요. 제가 조금 더 힘을 내어 법과 지침을 바꾸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살릴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조사만 하면, 그 의미를 정책 담당자에게 전달해주지 않으면, 개발로 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야외에서 조사하는 제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만, 지금의 모습이 더 자연을 위하는 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식물이 그리워 자연으로 갑니다. 올해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전국자연환경조사에 참여할 계획이에요. 뭐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제 대답은 ‘식물이 좋아서요.’ 현장 경험이 많을수록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정책을 제안할 수 있어요. 저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져서, 개인도 성장하고 조직도 성장하는 건강한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오래오래 자연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MG_5433.JPG?type=w1600






작가의 이전글길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