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평야의 한가운데에 메타세쿼이아 숲이?

by 초록노동자

군산에 온 지 10년이 되었어요. 처음 봤던 회색빛의 흐릿했던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도시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3주 전 읽은 <할매> 속 군산의 장소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첫 번째 장소는 하제마을(600살 팽나무), 두 번째 장소는 설림산 은적사, 세 번째 장소는 오늘 갔던 수라 갯벌이다. 혹시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아는가. 나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메말라 가는 수라 갯벌과 살아남은 생물들을 다루는 영화라고 들었다(찾아서 봐야겠다). 새만금국제공항이 들어설 자리이기도 하다(1심에서 환경단체 승, 현재 2심 소송 중이다). <할매> 속에서도 수라 갯벌은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나온다.




마도요 무리는 곧 만경강과 금강 하구에 이르렀고 갯벌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첫째는 수라 갯벌에 내려앉자마자 썰물이 나간 모래 위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칠게를 잡기 시작했다.(<할매> p.94)




<할매>의 후반부에서 수라 갯벌이 한 번 더 나온다. 바닷물이 빠지면 금강, 만경강, 동진강 하구의 갯벌이 하나로 이어져 드넓게 펼쳐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내초도 갯벌, 거전 갯벌, 계화 갯벌은 농경지로, 수라 갯벌은 태양광 패널과 4번 국도를 건설하였고, 한참 매립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전부터 하제 마을 뒤 소나무 언덕을 넘어가면 금강에서부터 시작되는 내초도 갯벌과 연이어진 수라 갯벌이 펼쳐졌고, 물이 썰 때 좌우로 돌아보면 만경강 건너 거전 갯벌, 또 그 너머 동진강 하구의 계화 갯벌에서 해창 갯벌까지 아득한 검은 벌판이 내다보였다. (<할매> p.180)




카카오맵에 '수라 갯벌'이 관광, 명소로 나온다. 처음 가본다고 생각했는데, 부안의 변산반도국립공원에 갈 때 새로 생긴 4번 국도를 운전하면서 봤던 곳이었다. 카카오맵에서 알려준 수라 갯벌은 접근할 수 없었다. 드넓던 갯벌은 4번 국도가 생기면서 둘로 쪼개졌고, 부안 방향으로 봤을 때 오른쪽은 매립과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왼쪽은 해수의 흐름이 막힌 것으로 보이고 아주 넓은 면적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은 곳은 갈대군락이 자라고 있었고, 저 멀리 군산 공항이 보였다. 군산 공항 앞쪽의 수라 갯벌에 새만금국제공항을 설치하려고 했던 거구나.





오늘은 시간이 부족해 대략의 경관만 훑어보았다. 다른 방향에서 수라 갯벌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호남평야의 한가운데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검색해 보니 군산의 관광 명소였다!). 넓은 벌판의 한가운데에 바둑판 모양의 메타세쿼이아 숲이라니. 중국 양쯔강 상류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어떻게 하다가 호남평야의 한가운데에서 자라게 되었을까. 아마도 논을 메우고 메타세쿼이야 묘목을 심었던가보다. 겨울이라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지만, 봄이 오면 막 벼내기를 한 논들 사이에서 연녹색 잎을 틔울 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니까 봄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




* 종 정보 참고: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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