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브런치 카페 음미당에서
군산에 온 지 11년이 되었어요. 처음에 봤던 회색빛의 흐릿했던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군산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2026.3.13. 금)
아침 일곱 시, 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 브런치 카페인 '음미당'으로 왔어요. 여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브런치 카페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다르게 군산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가 별로 없어요. 제가 첫 번째 손님입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아늑하고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왔어요. 모네의 그림과 클래식 음악이 어서 오시라고 맞이했습니다. 에그모닝세트를 주문하고 앉을자리를 찾았어요. 카페의 제일 안쪽에 편안한 라탄 의자가 있는 창가 자리를 선택했어요. '이제부터 여기 내 자리해야지.'
아이가 일곱 시에 등교한 지 이 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아이를 내려주고 바로 회사로 출근했었어요. 일곱 시 조금 넘어 출근해서 오후 여섯 시 넘어서 퇴근했으니, 하루에 열한 시간을 근무했지요. 오후 네 시쯤 되면 눈은 감기고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멍해지곤 했습니다. 어떤 날은 회의하는데 졸리기만 했어요. 졸릴 때마다 외투를 입지 않은 채 건물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고 들어왔어요.
오늘은 변산에서 실 워크숍을 하는 날.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회사로 가봤자 금방 나와야 하니까 번거로워서 음미당으로 왔습니다. 잠시 후 주문한 브런치가 나왔어요. 정성스럽게 접시에 담긴 음식들이 갈색 나무 트레이 위에 담겨있었어요. 정성스러운 상차림을 받으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듭니다.
신선한 양상추와 루꼴라, 올리브와 옥수수가 담긴 샐러드, 계란의 껍질을 위쪽 1/5만 자르고 얕게 파인 홈에 올리브오일과 후추를 뿌린 반숙 계란,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고 본래의 맛이 나는 옥수수수프, 견과류가 박혀있어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곡물 식빵과 치즈, 셰익스피어 캐리커처가 그려진 머그컵에 담긴 적당히 고소하고 따뜻한 커피. 재료들 본연의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어요. 행복한 한상이었습니다.
테이블을 정돈한 후, 매일 아침에 하는 루틴을 했어요. 태백산맥 3권에 나온 문장을 연필로 또박또박 필사하고, 필통에서 젤리펜을 꺼내 단정한 글씨로 모닝페이지를 쓰고, 다이어리에 하루의 계획을 기록하고, 쨍한 노란색 표지의 <좋아서 그래> 책을 꺼내 천천히 읽었어요. 시간이 충분하니까 모든 행동이 느려지고, 느려진 만큼 정성스러워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일곱 시에 아이를 데려다줄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쯤은 음미당으로 와야겠습니다. 한 시간쯤 늦게 출근하고, 제 마음속에서 스스로 정한 '내 자리'에서 오늘처럼 느리고 정성스럽게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아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나에게 선물을 해야겠어요. 소소한 보상이 있어야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나를 아끼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