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군산의 카페를 소개합니다.
군산에 온 지 11년이 되었어요. 처음에 봤던 회색빛의 흐릿했던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군산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군산에는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선유도" 군산에 처음 왔을 때, 나도 한 번 가 봤다. 지독한 교통체증과 어마어마한 사람들로 복잡해서, 다시는 여름에 오지 말아야지, 다시는 주말에 오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었다. 그 후에는 평일에 가거나, 주말에 가게 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간다. 겨울에는 주말에 가도 그다지 혼잡하지 않은 편이다.
'선유도에 물들다'라는 카페가 있다. 선유도의 긴 해안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바위 봉우리인 망주봉이 보이고, 그 앞에서 우회전해서 좁은 바닷가 옆 도로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카페가 나온다. 좁은 도로 바로 옆에 카페가 있다. 음료를 주문하고 바닷가로 나가 탁 트인 넓은 갯벌을 바라본다. 바닷바람을 양껏 들이마신다. 이 풍경이 좋아 종종 찾아온다.
바닷가 옆에 살면서, 바닷바람을 찾아 선유도에 물들다로 간다. 집 앞에서 바라보는 갯벌이 펼쳐진 풍경과 조금 다르다. 그 핑계로 차를 타고 드라이브할 겸 찾아간다. 선유도의 중심가와 조금 떨어져 있어 손님이 많지 않다. 올 때마다 하는 루틴은 똑같다. 커피 한 잔을 시켜 자리에 앉는다. 다이어리를 꺼내 밀린 스케줄과 다음 주의 계획,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한다. 다이어리 정리가 끝나면, 가져온 책을 꺼내 읽거나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쓴다.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고개를 들면 바다와 갯벌이 보인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소중하다. 피로해진 눈을 잠시 식히고 다시 하던 일을 한다. 그렇게 두세 시간을 보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가 된다.
이 년 전, 선유도에 물들다 카페 사장님과 조용한 흥분색에서 '나만의 엽서 만들기' 수업을 함께 들은 적이 있다. 사장님은 직접 찍은 카페 앞과 선유도의 풍경으로 엽서를 만드셨다. 노을 질 때의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이 풍경을 보고 '선유도에 물들다'라고 이름 지으셨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선유도에 물들다 펜션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꼭 이곳에서 하룻밤 머무르시길.
이 주 전 부서 워크숍을 마치고 오랜만에 선유도에 물들다 카페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망주봉 앞 도로 공사 중이었다. 차를 돌려 장자도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인데 관광객이 많았다. 바닷가 근처의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가 노트북 사용 금지라는 팻말을 보고 가져간 책만 조금 읽다가 나왔다. 선유도에 물들다로 갔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컸다. 조용하게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쯤 공사가 끝났을까. 내일 봄바람 쐴 겸 노을질 때쯤 다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