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첫눈의 기대
괜히 눈 떴는데 몽실몽실 기분 좋은 그런 날 있잖아.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타이밍에 마침 문이 열린다던지,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는데 바로 파란불로 바뀐다던지,
마침 타려던 지하철의 구석자리가 비어서 앉게 된다던지,
그런 사소한 기분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날 말이야.
오늘따라 늘 안되던 약통의 뚜껑을 여는 일도 한 번에 잘돼.
마침, 오늘 첫눈도 온다고 하더라.
무작정 가장 큰 트리를 검색하고, 마음먹고 지하철을 타고 보러 갔어.
온통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에 웃는 가족, 친구, 여행온 사람들....
그런데 오늘 운이 이상하게 좋았지. 거기까지였나 봐.
나는 웃을 수가 없어. 아직,
알록달록 트리라고 찾아왔는데, 그냥 정신없는 무채색일 뿐이야.
복잡하고 답답하기만 해.
다들 즐거운데 세상이 나를 두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
도대체 뭐가 다들 그리 즐거운 걸까.
따라서 억지웃음 지어보려는데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아.
괜히 눈물만 펑펑 날 것 같아서 급하게 트리를 등뒤로 외면했어.
차라리 눈물이라도 났으면 괜찮았을까.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그냥 도망 왔어.
돌아오는 만원 지하철에 몸을 꾸역꾸역 욱여넣고,
90초가 넘는듯한 신호등 건널목을 기다리고,
30층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겨우겨우 집으로 지쳐 돌아왔어.
마침, 창밖에는 기다리던 첫눈이 퐁실퐁실 내려.
나는 눈을 맞으면 꼭 작은 강아지나 아이가 내 몸을 톡톡 쳐주는 것처럼 기분이 좋더라.
그래서 오늘 첫눈이 온 데서 괜히 기분이 좋았나 봐.
사실은 말이야.
첫눈이 온 데서 괜히 다 괜찮아질 것 같았어.
너도, 나도... 그냥 우리말이야.
오늘 꽤 그럴듯했었잖아.
그런데 말이야.
이 밤도 하얗게 잘도 덮는 첫눈이
깊은 마음속을 잠시 품어주길 기대했었나 봐.
그냥 잠시 잠깐이라도 바랬는데,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
이상하게 첫눈이 온 데서 나 혼자 기대를 해버리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