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내 온몸의 수분이 바짝 메말라버리는 순간
작년에 어떤 일을 계기로, 트라우마 우울이 나를 잠식해 버렸다.
그 이후로 남편은 내 눈빛이 고목나무처럼 메마르기도 멍해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무언가 물어보면 한 번에 대답하지 못하고, 한 번 더 물어보거나,
이야기나 뉴스나 책 읽는 것에 힘들어하거나,
예전이면 한 번에 했을 일을 여러 번 되새겨 겨우겨우 한다던가..
눈빛이 메마르자, 행동도 메마르고,
더 이상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행할 수도 없는
그 자리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 멍-한 상태를 이야기한 듯했다.
보통은 고목이라 하면 좋을 뜻도 내포하고 있을 텐데,
남편이 나에게 말한 고목은
뿌리내린 땅이 썩어가도 꼼짝달싹 못하는 나와 딱 맞아, 오래간만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그 고목은 뿌리내린 땅이 썩어가는 것을 알아도 스스로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았을지도....
그나마 그 눈에 생기가 도는 일은
아이를 하원시켜서 같이 지내거나, 주말에 아이와 같이 있을 때 정도란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처음에는 내가 온 정성을 다해서 아이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고, 빚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아이가 굳어진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이로 하여금 나를 다시 투영하게 된다.
이제는 없으면 안 될 내 소중한 아이.
내 아이에게서 최근, "엄마 눈이 왜 이렇게 슬퍼"라고 들었을 때는
내 온몸의 수분이 바짝 메말라 버리는 느낌이었다.
고목이 조금씩 쓰러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