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중 364일을 옷장에 처박아두더라도 버리지 못하는 옷들이 있다. 새빨간 꽃무늬 블라우스, 끈나시 원피스,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빈티지 원피스 같은 것들. 나는 그것들을 '해외여행용 옷'이라 부른다. 입으면 사진이 잘 나와서? 아니, 한국에선 못 입어서. 입었을 때 스스로의 모습이 흡족하지만 유난스러운 사람이 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옷들.
물론 한국에서 그 옷을 입는다고 해서 나를 유치장에 가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쳐다볼 것이고, 혹은 내가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내내 생각할 것이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지레 '왜 이 옷을 입었는가' 설명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옷들을 해외여행 캐리어에 챙긴다.안내판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낯선 공항에 내려 호텔에 간다. 그 옷을 꺼내 입고 모르는 거리를 걷는다.
"큰 파티를 좋아해요. 아늑하잖아요. 작은 파티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어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는 이러한 위대한 대사가 나왔다. 해외여행에 가면 내내 가면무도회에 있는 기분이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땡큐지. 나는 손님14 정도의 관심이면 충분하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게 왜 이토록 우울한가, 하면 가면무도회에 간 지 너무 오래 됐기 때문이다. 언제 열릴 지도 모르겠다. 해외여행 뭐 대수라고 국내여행 가면 되지. 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해외여행은 내게 정말로 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