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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과 Feb 07. 2021

1월의 위로들

2021년 1월 한 달간 읽고 본 것들

매년 한 해 동안 읽고 본 것들을 적어두곤 했다. 월별로 적으면 좀더 성의 있게 기록하지 않을까 해서 주기를 월별로 쪼개보기로 했다.


<책>

* Joaquín Sorolla 바다, 바닷가에서 -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 에이치비프레스/ 2020

: 호아킨 소로야를 알게 된 건 스물셋 여름, 스페인 여행에서다. 그땐 화가 이름도 몰랐다. 반나절은 햇빛에, 반나절은 샹그리아에 취해 깔깔거리면서 거리를 쏘다니다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갔다. 왜 갔더라. 일행이 추천해서였는지 내가 고집해서였는지. 그림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웃음조차 멎었었던 기억. '제발 있어라' 하며 미술관 기념품점에 달려가 엽서를 발견하고 까부라치게 기뻤던 기억. 무슨 조화인지 인터넷 서점 추천 목록그의 도록이 떴길래 냉큼 샀다. 사지 않고 어쩌겠는가. 다시 보니 너무 좋아 웃음이 난다.


* 생각노트/ 도쿄의 디테일/ 북바이퍼블리/ 2018

: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 마케터가 본 일본의 '한끝 차이'. 껌을 팔 때는 나중에 껌을 뱉어 버릴 종이도 함께 넣어 팔고 편의점 도시락에는 물티슈와 이쑤시개도 동봉하는 디테일. '디테일'과 '세부사항'의 차이를 고민하는, 말맛을 아는 저자의 글이라 좋았다. 무엇보다 정갈한 사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책의 부작용은 일본여행이 너무너무 가고 싶어진다는 것. 저는 사실은 일본여행을 가고 싶어요...


* 모드 쥘리앵(지은이)/ 윤진(옮긴이)/ 완벽한 아이/ 복복서가/ 2020

: 김영하 작가의 추천이 있었다는 편집자K(북튜버)의 추천으로 사 읽었다. '갇힌 자의 영혼의 누구의 것일까' 묻는 김영하 작가의 서문이 이 책에서 제일 좋아 배신감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책 후반부에 더 좋은 구절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영혼이 좀먹히는 나날을 읽기가 괴로워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에.


* 김혼비/ 아무튼, 술/ 제철소/ 2019

: 웃긴 글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는 활자를 읽다가 깔깔 소리 내 웃게 만드는 일은. 웃기자고 글을 쓰자면 눈 뜨고 못 봐줄 우스꽝스러운 글을 쓰기 십상이다. 그런 꼴을 보기란 또 얼마나 웃음기 가시는 일인가. 김혼비 작가는 그런 면에서 과연 글쓰기의 경지에 이른 大작가다. 막 웃기다가 찡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전주 한옥 숙소에서 아랫목에 배를 지지며 맛나게 읽었다. 숙소에 술을 사두지 않은 걸 후회했다.


<드라마>

*겨우 서른

: 폭주기관차 K-막장드라마와 달리 중국산 고구마맛 막장드라마다. 중간중간 전자결제, 쇼핑몰 등 상하이를 최첨단도시로 그리고 싶어하는 관제 PPL의 향기가 물씬. 다 보긴 했지만 그래서 서른이 뭐 어쨌다고? 싶다.


* 스위트홈

: 인스타그램에서 다들 스위트홈 재밌다고 난리인데 혼자 볼 자신이 없어서 남편이랑 손 붙잡고 봤다. 보다가 남편이 혼자 음식쓰레기 버리러 다녀왔는데 혼자 집 밖으로 나간 걸 후회했다고 했다. 내가 있으면 뭐가 좀 달라져...? 시즌2 내놓기를.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 빅뱅이론

: 별 생각 없이 시작해 시즌9 정도까지 봤다(1월 말 기준). 오이 홈즈가 잘생겨보이기 시작하면 드라마 '셜록'에 푹 빠진 것이듯 어느 순간부터 쉘든이 귀여워서 스스로 좀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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