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위로들
2021년 2월 한 달간 나를 버티게 해준 책과 영화
<책>
* 홍수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슬로비/ 2020
: 재활용의 핵심은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리'배출'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분리배출을 할 때마다 너무나 헷갈려서 일종의 매뉴얼북으로 생각하고 샀다. 기대와 달리 분리배출법보다는 쓰레기와 재활용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목과 달리 뭔가를 두고 '이건 재활용이 될까 안 될까' 고민하면 대부분은 재활용 불가(=쓰레기)였다...
* 조상인/ 살아남은 그림들/ 눌와/ 2020
: 전쟁통에, 식민지배 와중에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있다. 그걸 최선을 다해 보관한 사람들이 있다. 밥 벌어먹기조차 어렵던 시절, 유화는 불이 잘 붙는다며 장작으로 쓰이던 때에.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깝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김낙회/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2019
: '세금 아깝다'는 말은 참 쉽다. 세금이 무엇이고 왜 까다로운가를 배우고 싶어 읽었다. 책 내용이 대개 공자님 말씀들이라 딱히 감상평이 없다.
* 에리히 프롬(지은이)/ 황문수(옮긴이)/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2019
: 사랑은 너무나 기술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일과 사랑을 유지하는 일은 또 다르다...는 대전제 외에는 크게 동의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예컨대 성차를 고정불변으로 놓고 사랑을 여성성과 남성성의 결합으로 설명한다든지... 고리타분한 말들이다.
<잡지>
* AXT 33호 - 2020년 11/12월호
: 강화길의 인터뷰 때문에 사 읽었다. 하지만 정용준의 가을일기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두고 자주 꺼내 읽었다. "사랑을 몰랐고 감각이 없었고 잊어야 하는 과거도 없었으며 다가오는 미래가 어쨌든 밝을 것이라는 아무 근거 없는 예감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까 소설 이전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밝고 명령했다. 책 같은 거 읽지 않아도 음악 같은 거 듣지 않아도 감각 같은 거 느끼지 않아도 가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 순진한 게 나쁜가. 단순한 게 그리 나쁜가. 나는 차라리 단순한 셈과 원칙으로 살았던 그 시절이 현명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그립냐고 물어보면 그립지 않다고 하겠지만 그래서 지금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나는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건 그냥 원한다는 것뿐. 그게 날 이토록."
* 릿터 16호 - 2019년 2/3월호
: 이것도 뒤늦게 중고로 구해다 읽었다. 유퀴즈온더블록에 인용된 정세랑 작가의 인터뷰가 좋아서. 독자들이 출퇴근길에 대해 쓴 에세이들, '여성의 통근 시간은 왜 짧은가?' 묻는 양준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책임연구원의 아티클에 무수히 밑줄을 치며 읽었다.
<드라마>
* 브리저튼(8부작)
: 엄청 야하고 핫하다고 해서 봤는데 딱히...... 드레스들 보는 맛은 쏠쏠했다.
<영화>
*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2019)
: 티모시 샬라메 뭔데 쪼끄만 게 이렇게 치명적인지.
* 승리호(SPACE WEEPERS, 2020)
: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기에 이다음에 "승리호란 영화가 있었는데 말이지..." 하려고 봤다. 대학시절 영화사 수업 들을 때 '저 영화 개봉 당시에 본 사람들은 지금 영화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었거덩. K신파는 지긋지긋했지만. '이 영화 만든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영화관 상영 대신 넷플릭스 상영을 택해야 하는 지금이 얼마나 억울할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