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의 위로들
나를 울고 웃게 한 책과 영화
<책>
* 세계문학전집149/ 김승옥/ 무진기행/ 민음사/ 2007
: 대학시절 '우리가 사랑하는 김승옥'을 말할 때 그의 작품이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아 남몰래 곤혹스러웠다. 나의 감수성과 문학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자책하고. 쓸 데 없는 짓이었다. 작품마다 성폭행을 벌이고 그걸 성장의 계기로 삼는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데 어떻게 내가 그 소설들을 사랑할 수 있었겠어. 다시는 김승옥을 펼치지 않을 것 같다.
* 박완서/ 지렁이 울음소리(타계 10주기 특별판)/ 민음사/ 2021
: 반면 소위 '문청'들이 박완서에 얼마나 박했는가를 떠올려보면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의 시선이 얼마나 통렬하고 스산한지 새삼 놀란다.
* 김현지/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다산북스/ 2021
: 스스로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자주 어떤 신념과 가치를 포기하며 지낸다. 이런 나를,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따뜻한 후배가 책을 챙겨 보내줬다. 좀더 잘 살아봐야겠다.
* 이라영/ 정치적인 식탁/ 동녘/ 2019
: 속표지에 적힌 헌사가 제일 좋았다.
* 전하영 외/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1
: 나의 봄맞이 의식. 매년 수상자들의 나이를 보면서 초조해하거나 안도한다.
* 김수헌/ 기업공시 완전정복/ 어바웃어북/ 2015
: 너무나 업무상 읽어서 할 말이 없다.
*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똑똑한 주식투자/ 한국경제신문/ 2021
: 위와 같습니다.
*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2020
: 위 책과 같은 업무용 도서를 볼 때 흑백 e북리더기로는 도표 분간이 안 돼서 아이패드를 샀다(이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역시나 이 책은 종이책으로 사서 읽었다. 퇴근길에 걸으면서 다 읽었다. 몇몇 문장은 걸을 때마다 생각날 것이다.
*김상균/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 2020
: 블루오션 선점의 위력을 보여주는 책.
<영화>
*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
* 노팅힐(Notting Hill, 1999)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2013)
<드라마>
* 빈센조(tvN, 2021.02.20~2021.05.02)
: 정의감, 공정을 참칭하는 가짜 사이다 콘텐츠들이 너무 많다.
<뮤지컬>
* 맨오브라만차
: 조승우 캐스팅. 취준생때 언니가 포기하지 말라고 보여줬던 뮤지컬을 5년 뒤 남편과 다시 봤다. 그땐 가슴이 벅차서 티셔츠 앞섶이 다 젖도록 내내 울었다. 이번엔 남편이 옆에서 줄줄 우는데 속으로 '아 알론조가 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알돈자에게 저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웹툰>
* 극락왕생 시즌1
: 콘텐츠도둑이 판을 치는 혹독한 한반도에서 무슨 생각으로 3300원짜리 웹툰을 내놓는가 하고 봤더니 자신감이었다. 제 포인트를 바칩니다 작가님... 시즌2 언제 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