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자주 듣는 질문이다. 나는 동년배 중에 일찍 결혼한 편(밀레니얼 세대가 20대에 결혼이라니!)에 속하기 때문에 내 또래들은 결혼한 여자사람친구의 남편을 뭐라 지칭해야하는지 나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그러면 나는 '형님' '부군' '낭군' '영감님(성공하라 남편!)' 등을 추천하곤 한다.
깍듯할 필요 없는 친구 사이야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문제는 직장생활에서다.
오늘 출근길에 남편과 이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사회생활 초반에 여성 직장상사의 남편을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했었다'는 말을 했다. '형님'보다는 거리를 두고 싶고 '부군'보다는 덜 옛날 말을 쓰고 싶은데 그 단어가 마땅치 않았다고. 그러니까, '사모님'은 있는데, '사모님'의 반대말은 없다는 그런 얘기.
흔히 남성 직장상사의 부인을 지칭할 때 '사모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자연스럽게. '형님' '부군' '낭군' '영감님'과 달리 고민의 여지 없이 통용되는 말이다. 이 말은 아마도 '스승의 부인'을 높여 말하다가 개념이 넓어진 단어인 듯 싶다(국어사전 풀이를 토대로 남편과 내가 추측한 결과).
결국 사모님의 짝을 이루는 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윗 사람'의 자리에 여성이 놓인 경험이 빈약해서가 아닐까. 대통령 영부인의 반대말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사부님'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부족하다. 남편은 여성 직장상사의 남편을 칭할 때 '사부님'이라고 한다고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사부님'은 '스승의 남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다. '사모님'과 달리 윗 사람 혹은 남의 남편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까지는 아직 넓어지지 않았다. 2016년에 국립국어원은 이런 의문에 대해 "표준 언어예절에서는 ‘아비 부(父)’가 아닌 ‘지아비 부(夫)’ 자를 쓰는 ‘사부(師夫)님’을 따로 두어 여자 선생님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의 범위를 학부모나 학생의 편에서 여자 선생님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해 두었기에 직장 상사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확대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친절하게 답하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대가리인 경우가 더더 많아져야 돼!" 하는 게 오늘 나의 다소 꼰대스러운 결론. 남편은 "대가리가 돼, 부인!" 하면서 나를 배웅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