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부 사이나 사랑하는 이성(異性) 사이에서 상대되는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지나치게 시기함.
2.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
3. 가톨릭 칠죄종(七罪宗)의 하나. 우월한 사람을 시기하는 일을 이른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질투는 뇌를 때리는 노크
요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나의 질투다. 수 많은 사람들을 수시로 질투한다.
오늘의 질투는 회사 선배 H의 퇴사 소식이었다. H선배와 나는 친하지 않다. 같은 부서에서 일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 생활 5년간 말을 섞어본 횟수는 두어번 남짓. 그런 그가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돼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마음은 황당하게도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또 한 명의 유능한 동료가 퇴사한다는 아쉬움(그의 유능함조차 직접 겪은 건 아니고 전해들은 것이었다), 나는 고여있다는 절망감, 그리고 그가 이룬 꿈이 다름 아닌 '프로 작가'라는 데 대한 질투심.
그는 5년간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퇴근 후 녹초가 된 손가락을 깨워 조용히. 꾸준히. 기회가 닿을 때마다 투고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크고 작게 절망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5년 만에 끝내 당선 소식을 들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더 많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나는 시나리오라는 걸 써본 적도 없는데. 어제도 퇴근 후 소파에 드러누워 넷플릭스를 보다 잠들었는데. 5년 만에 겨우 얻어낸 그의 빛나는 성취를 질투한다. 어이가 없다.
스스로 질투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질투 같은 건 지질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하지만 인생에는 질투의 총량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요새 들어 그간 미뤄뒀던 질투를 몰아서 하고 있다. 내가 건방졌다. 쟤도 대단하고 쟤도 부럽고. 거꾸로 말하면 내 사는 모양새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H선배 덕분에 근 한 달간 방치돼있던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다 쓴다. 그는 모를 것이다. 그가 자기도 모르게 내 뇌를 얼마나 세게 노크해버렸는지. 하마터면 무례하다고 생각해버릴 뻔했다. 뻔뻔한 일이다. 나는 그가 언젠가 이 노크를 알게 하고 싶어졌다. 다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