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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Feb 24. 2020

제 활동이 어떻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피스모모 인턴 미카 인터뷰


미카, 피스모모와 만나다

    

고등학생 때 일본에서 캐나다로 유학을 갔어요. 2년 반 동안 있었는데 교육이 인격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에듀트립이라는 스터디 투어가 있는데, 여러 나라에 가고, 어떤 교육이 있고, 그래서 어떤 사회를 형성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스터디 투어였어요. 그래서 저도 스터디 투어에 참가했어요. 처음에 간 나라는 덴마크였어요.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이 한국이었어요. 그때 방문했던 곳 중 하나가 피스모모였고, 피스모모의 워크숍을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저는 휴학생이었고 사회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피스모모 워크숍을 참여하면서 너무 감동했어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교육,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모든 사람은 개인으로서 매우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이었죠. 덴마크에서 배운 것과도 연결되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피스모모 대표인 아영한테  말했어요.   


너무 감동했습니다. 모모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근데 피스모모는 그때 인턴 제도가 없었고 타이밍도 좋지 않아서 일단 일본으로 돌아가서 대학 마지막 학기를 다녔죠. 일본에 돌아가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다시 한국으로 와서 피스모모 인턴을 하려면 돈을 모아야 했는데,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돈이 쉽게 모이지 않았어요. 결국 졸업할 때까지도 돈을 모으지 못했고, 한국에 다시 오는 것을 거의 포기했어요.     

 

모모에 인턴으로 오기 위해 직접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고 들었어요   

  

네. 저를 잘 아는 지인이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아주 좋은 생각이었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모에 정말 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만드는 일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보통 단체나 그룹이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데 저는 단체나 그룹이 없이 혼자 진행하려니 힘들었죠. 5월 30일부터 2주 동안 70만 엔(약 700만 원)을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을 했어요.      


목표는 달성했나요?     


네! 종료했을 때 90만 엔까지 모았어요. 저는 인스타그램도 안 하고, 오로지 페이스북으로만 홍보했거든요. 그런데도 목표를 달성했던 것은 제가 배움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어요. 선후배, 선생님들, 그리고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분들이 이 모두 제 크라우드 펀딩을 공유해주고 모모의 인턴십에 도전하는 것을 지지해줬어요.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의 대표 이미지.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모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피스모모 활동가 미카     


피스모모에서는 무슨 일을 주로 했어요?     


평화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평화교육 연구소 TEPI(피스모모 부설 연구소) 웹사이트에 평화교육 관련 기사나 레퍼런스를 정리하는 중이에요. 피스모모에서 한일관계 관련한 교안을 만드는데, 저는 그 교안에서 재일조선인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피스모모 워크숍에 참가자로 관찰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피스모모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워크숍 진행을 배우고 싶은 것이었어요. 그래서 워크숍 참가도 많이 하고, 여러 진행자들을 만났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집시위크에도 스텝으로 참가했어요. 여름에는 한국 교회와 일본 교회가 함께 청소년 캠프를 조직했는데 그 캠프에 피스모모를 초대했거든요. 거기에도 다른 진행자들과 함께 참여했어요. 관찰자로만 참여한 게 아니라 피스모모 멤버로 정식으로 참여한 거죠. 피스보트가 한국 방문했을 때도 피스모모 활동가로서 서울 스터디 투어 조직했어요. 3일 동안 DMZ,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등을 다녔죠. 트랜스(피스모모가 운영하는 카페)지기도 하고요.     


어떤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혹은 어떤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나요?  

   

음... 이건 딱히 일은 아닌데, 피스모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재밌었어요.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피스모모 사무국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피스모모를 통해 만난 사람들 모두요. 저는 모모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왜냐면 누 군든 굉장히 받아들이는 자세예요.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도 고립감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정말 궁금해요. 모모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팀, 팀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같은 가치를 혹은 같은 동기부여를 지속하기는 매우 어렵잖아요. 근데 모모는 그게 가능해요. 심지어 그냥 지속하는 게 아니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서로서로 힘이 넘쳐요. 그래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궁금해서.     

피스모모의 자기표현 카드. 미카는 모모가 회의 때 자기표현 카드를 활용해 참가자들이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한다.


인턴십은 언제 끝나요?     


2월 말에 끝나요. 이제 얼마 안 남았죠. 믿기지 않네요.    


인턴십 끝나면 일본으로 가나요?   

  

네 일본으로 갈 거예요. 돌아가서 휴식하면서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하고 싶어요. 한국에 와서 새로운 언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생활 스타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다 새로운 것들이었잖아요. 8달 동안 배우고, 또 배우고, 또 배우고. 그래서 일단 휴식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액션을 하고 싶은지 찾고 싶어요.   



미카가 생각하는 평화활동가 미카

   

좋은 생각 같아요. 잘 쉬어야 잘 활동할 수 있죠. 올해는 쉬더라도, 앞으로는 평화교육이라든지 평화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인가요?     


네. 평화교육, 평화운동 필드에서 일하고 싶어요. 모모 같은 활동을 하고 싶은데 아직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이 없어요. 음.... 필요하면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일본에 기반을 둔?     


네. 제가 캐나다에 있을 때부터 제 비전은 늘 일본에 두었어요. 왜 내가 일본 사람으로서 여기에 와 있는지를, 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질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너는 한국인, 너는 캐나다 사람, 너는 일본 사람.’ 이런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일본어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영어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일본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이시하라 미카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요.      


일본에는 피스모모처럼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을 함께 하는, 특히 평화운동 현장에 적극 결합하는 단체나 그룹이 있나요?     


글로벌 시티즌십이라고 모모가 하는 워크숍이나 교육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는 단체는 알고 있지만, 평화교육과 지금 당장 어떤 문제가 평화 필드에 있는지를 같이 생각하고 같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나 사람은 잘 모르겠어요.  

   

오, 그럼 이제 미카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평화교육과 필드에서의 활동을 함께 하는 거네요?   

  

하하하.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모모를 보면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 또한 제가 모모에서 배운 거예요. 평화교육을 이야기할 때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나 현장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일본에도 평화교육이 있지만 일본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와 평화교육을 연결하는 모모의 활동이 정말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어떻게 현장이나 필드의 문제에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남아 있어요.   

   

예를 들어서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하는 것에 저항하는 액션을 했잖아요. 그런데 어떤 각도, 어떤 시선에서 보는지에 따라 매우 다른 거 같아요. 저도 트럼프를 반대하지만, 이라크에서 독재에 맞서고 있는 인권활동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또 미국의 이라크 폭격이 또 다른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는 거예요.      


지난 1월 1일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전쟁 행위 규탄과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 중인 미카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도 제가 저항 활동에 참가하면 좋겠지만, 제 오키나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부모님이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분들이 나쁘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어요. 매우 어려운 문제 같아요. 한국의 아덱스라든지 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DSEI JAPAN 같은 무기 박람회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그런 무기박람회를 반대하는 쪽에 있지만, 무기 산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도 알아야 하는 거 같아요. 그런 의견들과 어떻게 토론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계속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라고만 이야기해서는 제 이야기가 생각이 다른 분들을 납득시키는 힘이 없는 거잖아요.     

 

맞아요. 설득하고 싶은 거잖아요. 토론해서 그 사람들 생각이 바뀌기를 바라는 거잖아요.     


“나도 한쪽의 시선만으로 보는 게 아니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도 이쪽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아직은 제가 준비가 되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준비가 되고 나서 시작할 수도 있는데,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 운동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잖아요. 우리는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한국어 자료도 없을 때죠. 사람들이 “다들 군대 안 가면 나라는 누가 지키냐?”고 물었죠. 그런 의견들과 계속 토론도 하고, 물론 설득은 못했어요. 근데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자신 없으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의 생각도 더 깊어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게 된 거 같아요. 너무 준비가 안 된 채로 그냥 무작정 시작하면 안 좋지만,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지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어느 정도가 되어 시작하면, 여러 번 실패도 하고, 그 실패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되는 거니까 자신감 없는 것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고 말하잖아요. 일본 사람들이 더 안 하는 편이에요. 제가 와서 보니 한국 사람들이 더 활동하고, 이야기하고, 데모하고, 다이내믹해요. 물론 제가 피스모모에서 활동하기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요. 일본은 이런 다이내믹이 없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스모모에서 배운 것처럼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방식으로, 각자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요.

    

평화활동가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건 없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피스모모든 전쟁없는세상이든 평화활동가들이 돈을 조금밖에 못 버는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생활비로 충분하지 않거든요. 혹은 평화운동이 바로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활동가들이 ‘내가 하는 활동이 과연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있나?’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관심 가지는 사람들은 알아서 정보도 찾아보고 우리와 연결되기도 쉬운데,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슈를 알 기회도 없는 거 같아요. 저는 세상의 무관심을 없애고 싶어요. 모모에 와서도 배우고 있는 "공감하고 상상하는 힘"을 교육 속에서 아이들이 몸에 익히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관심을 없앰으로써 세상의 모든 폭력을 줄여가는 것에 공헌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은 교육을 통해서, 특히 교사를 통해서 다가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일본에서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해서 그 교사들이 생각이 좀 더 열리고 바뀌면 그분들이 또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예를 들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나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공교육 과정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우와, 미카는 이미 다 계획이 있군요.     


아니에요. 제 활동이 사회에 어떻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는 거죠.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생일파티 중인 미카 






지난번 인터뷰이였던 뭉치이 다음 인터뷰이로 피스모모 미카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또한 오가며 미카와 인사도 나누고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미카가 어떻게, 왜 피스모모에 인턴으로 그것도 자발적으로 온 건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직업으로서 활동가, 활동가들의 일과 삶을 보여주는 것이 이 인터뷰 꼭지의 목적인데, 어쩌면 인턴 과정인 미카는 이 인터뷰 꼭지의 컨셉과는 안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가볍게 무시해도 될 만큼 미카는 매력적이고 궁금한 활동가였고, 활동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꼭 월급 받고 단체에 고용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 다양한 활동가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미카의 이야기는 직업으로서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나 준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활동가가 되는 길은 아주 다양하겠지만, 미카는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개척하고 관계를 만들고 배움을 확장했다는 면에서 아주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인턴을 마치고 곧 일본으로 돌아가는 미카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일본에서도 분명 멋진 평화운동, 평화교육을 펼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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