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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Nov 18. 2022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짧은 리뷰

시와 노랫말 같은 문장, 시와 같은 책


'노랫말 같은 문장'이라는 표현을 상투적으로 많이 쓴다. 시라든지, 산문이라도 호흡이나 운율로 리듬감을 살린 문장들이 그럴 거다. 이때 노랫말은 '리듬 혹은 멜로디 등 음악적 요소가 있는 말'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책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의 문장은 정말로 노랫말 같은 문장들이다. 이때의 노랫말은 고유명사다. 아무 노래의 가사들과 비슷한 게 아니라 오롯하게 시와 노래의 노랫말과 같은 문장들이다. 시와의 노랫말 같은 문장과 문장이 모여 책을 이루었으니 이 책은 시와 같은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의 특징, 그러니까 가수 시와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음이다. 음악으로 치면 화려한 주법이나 기교, 절창 같은 것에 의존하지 않고 주된 정서 하나를 온전하게 집중하는 방식. 글에서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비유를 생략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꼭 필요한 단어들, 빠지면 문장이 망가지는 표현들 그래서 더 보탤 수 있지만 굳이 보탤 필요 없고 뺄 건 없는 글이 담겨있다.


한 가지 더. 시와 노래가 품고 있는 감정 혹은 시와 노래에서 화자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의 화자(인 작가로서 시와) 또한 노래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불안한 떨림, 열등감, 부끄러움, 혼란스러움 같은 것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포근하게 감싸는 따듯한 마음이 노랫말에서처럼 책에서도 느껴진다. 가사가 중심인 음악을 한다는 것을 어쩐지 당당하지 못하게 스스로 여겼던 마음이라든지, 공연을 의뢰한 곳에서 하는 무리한 요구에 최선을 다해 해야 할 말을 해놓고선 상대방이 어떻게 들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착한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은 자신의 욕망 같은 것들.


"흐르는 물소리,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발소리 내는 것도 조심스러워"하고 "아무 말하지 않아도 돼" "등을 기대도 돼"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그런 마음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시와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섬진강 자전거 여행에 챙겨갔는데, 섬진강 풍경과 무척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책


시와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인디 가수로서 하루하루의 일상과 일들, 노래를 만드는 자신의 과정과 방법을 들려준다.


이런 측면에서는 김목인의 책 《직업으로서 음악가》와도 조금은 비슷하다. 본격적으로 인디뮤지션의 일상과 업무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인디뮤지션의 일상과 작업 방식을 만나게 된다. 나는 이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자연스럽게 소개해주는 산문들을 좋아한다. 다른 영역, 다른 직업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며 내 일상과 내 직업과 포개어 본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게 아니니 혼자 앨범 제작도 하고, 작사 작곡도 하고, 공연 기획도 하고, 홍보 마케팅까지 해야 하지만 이를 대하는 시와는 이 잡다하고도 다양한 일들이 싫지는 않은 기색이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조금씩 노하우를 쌓아가고 잘하는 방식을 익혀가는 모습을 읽다 보면 글 속의 시와도 글을 읽는 나도 함께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모습이 꼭 내가 하는 일, 내 직업과 닮았다. 나도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다 한다. 때로는 편집자가 되고, 때로는 글작가가 되고, 사회자가 될 때도 있고, 텔레마케터가 되기도 하고,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대단하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두루두루 다 해내야 하는데, 나는 이게 꼭 싫지만은 않다. 아니, 실은 재밌고 좋다.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제목을 짓는 이야기들은 김목인의 책과 나란히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가마다 방식이 다를 텐데 그런 것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 같다.  




시와의 노래를 들으며 읽으면 몰입도가 더 좋다. 나는 원래 책 읽을 때 한국어 가사 있는 노래를 안 듣는데, 이 책은 시와의 노래에 한해서는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 노래를 들으며 읽을 때 더 잘 읽혔다. 아마도 노래도 글도 군더더기 없이 솔직 담백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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