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들 만났는데 선미가 그랬다. 20대 때는 모든 대화의 주제가 연애로 수렴했는데 이제는 모든 대화 주제가 건강으로 수렴된다고. 내 주변에도 아픈 친구들이 많아지고, 최근에 나동도 쓰러졌으니 더더욱 그날 우리 대화 주제도 건강으로 수렴했다. 그렇게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그러곤 다음 날 하루 종일 그냥 쉬었다. 책 읽을 체력도 남아있지 않더라.
주변인들의 안부, 떨어진 체력과 에너지도 분명 내가 나이 먹어가는 것을 느끼게 하지만 나이 먹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할 때는 내가 아니라 내 동생을 볼 때다. 나랑 동생은 두 살 차이지만, 동생은 생일이 봄이고 나는 늦가을이라서 사실상 연년생과 다름없을 정도로 별 차이가 없는데도, 그래도 내게 동생은 동생이다. 키가 나보다 크지만,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여서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철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꼬맹이 시절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일까? 내 동생이 늙어가는 신호를 발견할 때면 내가 늙어가는 신호를 알아챌 때보다 더 속상해지고 더 서글퍼진다. 내 구레나룻에 나는 흰머리보다 동생 머리에 나는 흰머리가, 비어 가는 내 정수리보다 동생의 머리숱이 줄어드는 게, 내 발바닥의 통증보다 내 동생의 손목을 감싸고 있는 손목보호대가 내 마음에는 더 크게 느껴진다. 내 나이는 조금 어색한데 동생의 나이를 들으면 너무나 이상하고 마치 누군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만 같다.
부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동생은 저녁을 함께 먹지 못했다. 갑자기 어제부터 허리가 심하게 아프다고 한다. 요즘 무리를 했는지 허리에 염증이 생겼나 보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움직이면 통증이 느껴져서 집에서 누워만 있었다. 동생만 혼자 집에 두고 조카들과 동생 남편을 데리고 와서 저녁을 먹었다. 방어회며, 치킨이며 주섬주섬 동생 가져다줄 몫을 챙겼다.
나도 동생도 크게 아픈 곳 없이 자랐다. 병원도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했고, 둘 다 조심스럽고 겁 많은 성격이라 크게 다치는 일도 없었다. 남다른 체력이나 힘을 자랑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허리가 아파 누워있는 동생을 보니 너무 속상했다. 디스크가 터졌거나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하루이틀 푹 쉬면 나을 수 있는 통증일지도 모르겠지만, 동생이 아픈 것이 이제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언짢다. 나는 늙어도 동생은 늙지 않을 것만 같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