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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Jun 22. 2020

작은 출판사를 응원한다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서평 후기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서평에서 못다 한 말이 있다. 저자 자크 파월은 책 후기에서 독일과 미국의 기업이 사실은 히틀러와 나치의 공범이라는 너무나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학계 또한 이 명백한 역사적 증거들을 애써 외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는 결국 돈 때문이다. 단순히 학자들이 돈을 탐해서라기 보다는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정보가 유통되는 망 자체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표현의 자유를 가지지만 어떤 사람은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자신의 견해를 책이나 글, 다큐멘터리로 작성할 기회가 더 많고,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광고만 하더라도 더 많은 돈을 쓰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지 않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나치와 결탁했던 거대 기업과 금융 자본은 대학에 많은 돈을 대며 직간접적으로 학자들의 연구 방향을 컨트롤한다.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비를 대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물을 내는데, 자크 파월은 이를 '살균 처리된 기록'이라고 말한다. 학자들이 쓴 책은 대형 출판사에서 나와 많은 광고비를 들여 홍보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읽게 되고 그러면서 마치 그것이 보편인 것처럼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문득 이 책이 오월의봄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오월의봄 출판사는 대표를 포함한 직원이 5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출판사다. 그나마도 최근에 직원이 늘었고 원래는 거의 2명, 많을 때 3명이었다고 알고 있다. 주로 사회과학이나 인문 쪽 책을 많이 내고, 사회운동 현장이나 운동의 이슈에 대한 책도 많이 낸다. 『밀양을 살다』『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장애학의 도전』『다시, 쓰는, 세계』같은 주옥같은 책이 많다. 물론 창비나 민음사 같은 나름 큰 규모의 출판사들에서도 좋은 책이 많이 나오지만, 자크 파월의 말을 곱씹으면 이 책이 오월의봄 같은 작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당연하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월의봄 출판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평화 이슈, 특히 군수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책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전쟁없는세상이 기획한  『저항하는 평화』뿐만 아니라, 『워싱턴 룰』『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좋은 전쟁이라는 신화』처럼 군수산업체를 중심으로 자본주의와 전쟁의 관계를 비판하는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이 분야의 책이 귀한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같은 출판사다. 올해 말, 어쩌면 내년 초에는 무기 시장의 추악한 진실을 다룬 책 『섀도우 월드』도 출간 예정이다. 평화운동, 특히 무기 감시나 군축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연달아 나오는 출판사는 내가 알기로는 오월의봄 밖에 없다.


꼭 오월의봄뿐만 아니라 이런 작은 출판사들이 잘 되면 좋겠다. 그래야 삼성, 한화, 록히드마틴, 포드 같은 거대 기업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에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살균처리된 기록'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기록,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파워엘리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불편한 이야기들 덕에 조금씩 나은 곳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작은 출판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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