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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Jul 20. 2020

우리가 한 일이 인정받는다는 것

경축! 전쟁없는세상 노회찬상 수상


전쟁없는세상이 제2회 노회찬상 정의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노회찬상은 고 노회찬 의원의 삶을 기억하고 그가 추구한 가치를 실현해가고자 하는 노회찬의 동지, 동료, 친구들이 만든 노회찬 재단에서 주는 상이다. 올해가 2회째로 1회 수상자는 사법 농단 내부고발자인 이탄희 의원(사법 농단을 폭로할 때는 판사였고, 노회찬상을 받을 때는 변호사였고,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었다)과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이자 김용균 재단 이사장인 김미숙 님이었다. 1회 때는 그 당시 사회의 긴급한 현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개인들이 수상했다. 2회인 올해는 전쟁없는세상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받았는데, 지금 당장의 현안보다는 꾸준히 자기 영역에서 활동해온 단체들이 선정된 거 같다.


노회찬상 시상식은 노회찬 의원이 잠들어 있는 모란공원에서 진행됐다. 나는 사실 모란공원에 처음 가봤다. 운동권으로 살아온 지 21년째인데 정말로 모란공원 처음 가봤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사실 나는 무덤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천마총이나 무령왕릉처럼 유적지면 좋아한다) 열사 추모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주로 해온 평화운동에는 모란공원에 묻힌 분이 없다. 암튼 모란공원 처음 가봤다.



상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


이런 상을 받는 건 단체에게나 활동가 개인에게나 굉장한 도움이 된다. 물론 상금 1500만 원도 커다란 의미다. 전쟁없는세상 1년 수입이 대략 8000만 원 정도니까. 돈도 돈이지만 이런 상을 받음으로써 활동가들이 느끼는 감정이 더 큰 보상이다.

  

사회운동의 성과는 때로는 측정하기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정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는 그나마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실감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사회 변화는 확인하기 어렵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보이더라도 그 변화의 한 복판에서는 잘 보이질 않으니 활동가들은 초조해지거나 마음이 급해지거나 혹은 아무리 노력해도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을 받게 되면 우리의 활동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우리의 활동이 옳은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고생했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도 좋지만 이런 식의 인정이 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노동력이 들어간 일의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사회적인 인정이니까.




그때도 이만큼 돈을 모았더라면...



그러다 문득 오늘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제2회 노회찬상으로 전쟁없는세상과 진보넷이 각각 1500만 원을 받았으니 전체 3000만 원이다. 1회 때도 상금이 같았던 것으로 안다. 해마다 3000만 원씩 상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살아생전에 지켜가고자 했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뜻을 모았기 때문에 상금도 줄 수 있을 거다. 우리 사회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한 단체와 개인에게 상을 주는 것이니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까닭은 드루킹한테 불법 정치자금 4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고 알고 있다. 4000만 원. 우리에겐 무척 큰돈이지만 선거 치르는 사람들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돈은 아니다. 그 4000만 원이 아니었다면, 선거를 앞둔 노회찬이 충분한 선거 자금이 있었다면, 우리는 노회찬을 잃지 않았겠지.  


그래서 씁쓸한 마음도 든다. 물론 사람 마음이라는 게 누군가의 부재를 통해서 그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측면도 있지만, 비극적인 죽음에 마음이 더 가는 면도 있지만, 노회찬 의원이 살아있을 때 지금 이 돈을 모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노회찬의 이름으로 해마다 3000만 원씩 상금을 줄만큼 돈을 모을 수 었는데 선거를 준비하던 노회찬에게 4000만 원 모아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순 없지만 마음이 그렇다.



노회찬의 삶을 기리는 다른 방식


그러니 소중한 사람들이 부재하게 된 이후에 아쉬워 말고, 그들이 가장 열심히 활동할 때 지지도 하고 후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장혜영, 류호정 두 국회의원 후원하면 좋겠다.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 앞장서서 대체복무법안 발의한 정치인 중 한 명이 노회찬이었다. 선거에서 표 얻는 걸 신경 써야 하는 정치인이, 표 얻는 데는 도움이 1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위해 앞장섰던 것이다. 2004년 노회찬이 발의한 대체복무 법안은, 지금 2020년에는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한다. 노회찬이 했던 일을 지금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보정치인만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노회찬 의원의 법안 발의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전쟁없는세상이 꾸준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대체복무 도입이 가능했다. 전쟁없는세상과 같은 역할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하고 있다.


언젠가 세월이 지난 후, 대체복무법안이 결국 만들어진 것처럼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질 거다. 장혜영, 류호정 의원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노회찬 의원과 전쟁없는세상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잘하기를 바란다. 우리보다 더 빨리 법을 만들고, 우리보다 더 좋게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함께 캠페인에 참여하고, 지지를 보내고, 후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회찬이 떠난 것이 아쉽다면, 예전 노회찬이 하던 역할을 지금 하는 곳들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장혜영 후원회 농협 3010274681791

국회의원 류호정 후원회 농협 301027605364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개 및 후원 안내


그리고 염치 불구하고 살며시

전쟁없는세상 후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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