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서 뭐가 될까

feat. 수능 치면 뭐 하지 / 졸업하면 뭐 하지... 에 대한 고찰

by 순간

다들 인생에서 '뭐 하지' 하는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수능 끝나면 뭐 하지.. 대학 가면 뭐 하지.. 졸업하면 뭐 하지.. (남자라면 전역하면 뭐 하지..)처럼.


감사하게도 처음부터 내 쫌쫌따리 글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현재 상태에 대해 아실 것이다.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서 이제야 전역을 바라보는 꼴이라니.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읽고 쓰자던 처음의 다짐은 어디 가고

지금은 작심삼일이 무심하게 낮과 밤이 뒤집힌 채 한량처럼 살아가고 있다.


삶의 기로에 놓여선 듯 지금은 앞으로 뭐 하지에 대한 것들을 고민해가고 있다.

일을 벌이고 나서 수습을 못하는 것이 두려워 일을 벌이지도 못하는 나는,

확실한 성공이 있겠냐만은, 실패를 맛보고 싶지 않아 돌다리를 수백 번씩 두드려보는 중이다.


그러던 중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 취미가 생겼는데,

스페셜티 원두를 쫌쫌따리 구매해서 드립이든, 머신이든 닥치는 대로 내려먹고 있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입맛에 꼭 맞는 커피를 내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다만, 너무 마시다 보니 입이 피곤해져 버렸다는 것.

하루에도 몇 잔씩 내려먹다 보면, 카페인이 잘 받는 체질이어도 심장이 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오히려 커피가 독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새롭게 눈독을 들이는 취미가 생겼는데, 차를 내려 마시는 게 그 취미이다.

모 유튜버의 소소한 일상에 빠져버려, 알고리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하루는 날을 잡고 정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자연스레 차를 마셔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차는 어릴 적에 정말 많이 먹었다. 아버지가 차를 상당히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는데, 내가 8-9살쯤 되었을 때였다.

안국 근처에 적적한 골목길에 보이차를 파는 집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그곳을 방문했다. 아버지와 찻집 사장님은 잘 아는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그 자리에서 몇 시간씩 차를 드셨다. 지금은 20년이나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박한 다구에 보이차를 내려 먹었다.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꽤나 멋져 보여서, 그 뜨거운 차를 아버지와 사장님의 속도에 맞춰 와락와락 마셨었다.

커피든 차든 (사실 물도 그렇게 마시면 그럴 것이다) 조금만 마셔도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은가? 앉은 채로 그저 주는 차를 꼬박 받아마시면서 어린애가 차도 잘 마신다는 말에 신나서 마시다 보니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자리에 앉아 계속 차를 드셔서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도 못 했다.


아침에 방문했던 찻집에 점심이 지날 무렵까지 앉아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가게를 나서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호탕하게 웃으셨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부터 차는 가끔씩 생각나는 도구가 되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힘들 때마다 차를 마시러 다녔던 것 같다. 지금이야 차를 파는 찻집이 많아졌다지만, 그때는 사실 비슷비슷했던 것 같다. (비싸기도 하고)


주제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커서 뭐가 되려나. 실패가 두렵고 성공을 좇으려는 게 꽤나 힘들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말이다.

낭만을 따라 살기에도 힘든 시대가 되었다. 낭만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여전히 고민이 된다.


굳이스러운 일을 찾아, 낭만을 찾아가는 삶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걸 찾기 위해서라도 지금 시간은 상당히 소중하다.

지켜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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