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같은 사랑을 했다

철 지난 시절의 이야기

by 순간

어린 시절, 소년의 마음에 불꽃놀이는 항상 설렘과 기쁨이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수 놓인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불꽃. 너무 뜨거워 무섭게만 느껴지던 것이 이토록 내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시간이 지나 청년이 되어서의 일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불꽃놀이를 보면 왠지 마음이 슬퍼졌다.

화려하게 불타고 나서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찰나의 나와 같아서였을까.


누구나 가슴속에 한 사람을 품고 살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그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을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우리는 사람이 많은 어딘가를 갈 수 없어서, 그럼에도 가고 싶던 불꽃놀이를 보고자 겨우 생각해 낸 건 초라한 방구석에 누워 생중계를 보는 거였다.


어설픈 감성과 어수룩하게 속삭이는 사랑.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여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우울 속에 살던 사람. 그것을 자신의 삶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던 사람. 그로 인해 만들어진 공황은 그녀를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과 공간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참 힘든 일이었지 아마. 그렇게 쥐어짠 서투른 생각에 그녀 또한 이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요즘 같은 세상에 1-2년이란 시간은 제법 긴 시간이니까.

또다시 불꽃놀이의 계절이 왔다.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 나면, 운치 좋은 한강에는 또다시 작열하는 불꽃이 떠오를 것이다. 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가볍게 시작했던 사랑이었다. 우리는 친구 사이로 시작했고,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 없었고. 그녀는 일본에, 나는 군대로 떠나야 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있어 가벼운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욕심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나는 큰 짐이었을지 모른다. 나에게도 결핍은 있었고, 그 결핍의 끝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채우는 거였다. 사실 그녀에겐 내가 가장 필요했을 텐데.


난 그녀를 만나고, 이전과는 다른 연애를 했다. 그녀와 나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녀에게 더 큰 존재가 되고 싶었다. 가볍게 여겨질수록 비참했다. 그 모습을 나 스스로 괜찮다고 해놓고선 늘 불안에 휩쓸려 괴로워했다. 멍청한 놈.


우린 최고의 친구였지만, 잘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예쁘게 빛났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있었으니.

서로의 환경과 가치관이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관계에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녀와 우정이라도 나누는 관계가 되길 바랐다고 한들, 이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난 그녀를 여전히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여전히는 모르겠고. 시간이 모든 걸 지워준다고 하지 않았나. 완전히 잊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도, 나도 힘들게 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못 할 짓이란 걸. 하지만 동시에 그 어디에선가 행복하길 바란다. 이 글을 통해서 나도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란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에 태어나고 가을 가장 사랑하는 나는, 이 뜨거운 공기 속에서도 가을바람의 냄새를 느끼곤 한다. 한바탕 비가 쏟아져내리고 짧은 가을이 스쳐 지나가겠지. 시원하다고 느꼈던 바람도 곧 시린 바람이 되겠지. 다시금 가을과 겨울 사이 그 어딘가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피었다 지겠지. 너의 겨울이 춥지 않기를, 나의 겨울 또한 따뜻하기를.

작가의 이전글나는 커서 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