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닮아 있는 무언가

by 순간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를 유형의 것으로 기록하는 것.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없던 것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제하여 담아둔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색이라는 이름으로 날 것의 생각들을 감히 글이랍시고 적어둔 노트는 빼곡하다. 일련의 상황과 사건을 겪고, 그 순간 한 때 머릿속을 차지하는 감정들을 토해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렇게 생겨난 것들은 시간이 지나 감정이 수그러들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그걸 예술이라 지칭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 아마.


이곳에 글을 쓴다고 몇 안 되는 사람에게 얘기했을 때, 글을 쓰는 걸 보니 너는 책을 많이 읽겠구나. 하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 표현에 서툴고 감정에 서툴다. 어쩌면 내 딴에 유식해 보이는 미사여구들로 채워 넣었다고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인터넷을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그날 쓸 글에 맞는 음악을 고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고심 끝에 그 노래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한다. 나름 정해둔 규칙 같은 것이 있다. 한 문장을 길게 쓰지 말아야지. 같은 표현을 자주 쓰지 말아야지 등의 것들이다.


문득, 사랑과 글쓰기는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마주하기 위해 한참을 준비하는 것처럼. 한 자 한 자 내려가기 위해 나름의 루틴을 정한다. 빠짐없이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엔 글을 적어가면서 느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려 애쓴다.


어색함은 내일의 몫이었지만, 절대 오배송되는 일이 없다. 한 번 적어간 글은 시간이 지나도 바꾸거나 지우거나 하지 않는다. 글을 쓰며 세워나간 나만의 철칙이다.


다시 돌아가서, 처음 누군가에게 선보이려 글을 쓴 적이 있다. 첫 만남은 첫인상으로 정해진다고 하듯이, 보이는 게 중요할까 싶어 온갖 미사여구를 적어 화려하게 글을 써냈다. 이를테면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두리둥실 춤을 춘다'처럼. 하지만 뜻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구시대의 언어가 많이 담겨 읽는 내내 이게 무슨 말인지 한참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뒤늦게 그 글을 읽을 적에,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글을 쓴 나조차도.


어느 정도 글을 쓰다 내 글을 누군가 읽기 시작했을 땐,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의 언어에 내 표현을 맞춰갔다. 시간이 더 지나고 이젠 나만의 언어가 생겼다 느껴질 즈음엔 표현은 단순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도 글쓰기와 비슷했다. 처음엔 나의 외적인 부분을 화려하게 장식하다가, 이윽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나의 습관에서 그 사람의 습관으로 옮겨간다. 서로에게 익숙해질 즈음 한 없이 편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랑도 어렵고, 글을 쓰는 것도 어렵다. 나의 사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적어가는 글들도 아직은 복잡하다. 조금 더 덜어낼 필요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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