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말정산
얼마 전엔 첫눈이 왔다.
코 끝이 빨개지고 귀가 시려오는, 불어오는 바람에 손이 얼어붙는 계절이 왔다.
지겹게도 느리게 흘러가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 찾아왔나 싶은,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겨울이다.
이 계절이 찾아오면 이상하게도 사연 있는 사람이 된다.
직업 특성상 남들이 쉴 때 바쁘고, 연말이 되면 더더욱 그렇다.
바쁘게 일하는 내 앞에 앉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그들만의 사연들이 있다.
유난히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돌아보니 어느덧 끝무렵이 되었다.
이 맘 때면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채워진 자리만큼 누군갈 떠나보내기도 했다.
평소의 나완 다르다고 느낄 정도의 친절을 베풀기도 했고,
이상하리만치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안정적인 내 모습과 불완전한 내 모습을 동시에 마주했다.
누군가에겐 뜨뜻미지근한 사람으로, 누군가에겐 불같은 사람으로,
또 누군가에겐 차가운 사람이기도 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모두 달랐다.
요즘에야 MBTI라는 게 생겨 다양한 사람들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게 뭐라고 고작 16가지 유형에 사람들을 다 맞출 수 있겠냐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떠도는 릴스들에 이건 과학이 아닐까 맹신하기도 했다.
1년이 끝나가니 어딘가 헛헛해 평소 하지 않던 것들을 하곤 했다.
사주를 믿지 않는 내가 사주를 봤다거나,
잘 이용하지도 않는 챗GPT를 켜 한 해의 나를 정리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올해의 나는, 새로운 앞자리를 마주하기 직전의 나로,
불안하고, 안정되지 않고, 무언가 새로움을 마주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여전히 스스로를 의심하고,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안정되기를 바라며
무던히 애쓴 사람. 그게 나의 현주소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3번의 강산이 변했고, 4번째의 강산이 내 앞에 펼쳐지겠지.
10대에서 20대가 될 때는 설렘이 가득했다.
20대에서 30대가 되려니 불안하기만 하다.
남들에 비해 느리게 시작했고,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꺼리고, 마음 열기를 두려워한다.
막상 마음을 열면 붙잡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현실이라는 이유를 붙여가며 스스로를 막아서기도 했다.
머리는 자라지 않고, 몸만 커간 나의 30대는 어떨까.
여전히 낭만을 좇으며 살까.
여전히 현실이 불안정하단 이유로 스스로를 막아설까.
뭐가 되었든 한 층 더 성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직은 사무치게 춥지 않은 겨울이다.
겨울만의 서늘함과 포근함이 공존하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이 계절이 찾아오면, 이상하게도 사연 있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