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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그린 Jan 20. 2021

워라밸은 일하기 싫은 젊은이들의 잔꾀가 아니다

작년 연말에 뉴욕주민이라는 해외 주식 투자 유튜버가 워라밸에 대해서 한 말이 화제가 됐었다. 그녀는 어디에서 일하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노예”에 불과할 뿐이며, 성공을 바라는 20대~30대의 경우 워라밸을 중시하기 보다는 일에서의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영상 링크: https://youtu.be/g08_m9mz6Ow


나는 꽤나 노동강도가 쎈 업종에서 종사하고 있어서, 원래는 나의 개인 삶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워라밸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와 이번에 내가 맡게 된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워라밸을 누리고 있다. 


우선 나는 뉴욕주민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무슨 일을 하던 오너십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 일을 열심히 하려는 태도는 분명 필요하고, 특히나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올려야 하는 20대~30대에 집중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워라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워라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휴식, 취미 생활, 재태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장생활이 한창 바쁠 때는 평일에는 새벽 1~2시에 들어오고, 주말 중 하루는 출근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삶은 일과 일이 아닌 것 딱 두 가지로 나뉠 수 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활동 (세탁소에 드라이할 옷들을 맡기고, 병원에 가고, 회계부를 쓰고, 방청소를 하는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 들을 하였고, 그것도 아니면 좀비처럼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봤다. 


안 좋은 워라밸을 갖게 되면, 영감을 받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삶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간혹가다 휴식의 시간들이 주어져도 오로지 오락을 위한 시간들로 쓰인다. 나라는 사람은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더 행복한 것을 알고 있지만, 책을 꺼내들 여유조차 없이 마음과 두뇌가 너무 지쳐있다. 안 좋은 워라밸로 인한 만성적인 피로감은 나의 의욕과 지적 호기심을 증발시킨다. 


뉴욕주민은 질문했다. 어짜피 몇시간 일찍 퇴근해도 운동하고, 술 마시고, 잠 더 자는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가치있는 활동이냐고. 그렇지만 운동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건 삶의 즐거움을 더 높여주는 윤활유일 뿐이고, 그러한 활동들이 필요한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충분한 휴식과 여유가 있어야만 여가 시간에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30분씩 땀 흘리며 운동을 하면 하루를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퇴근하고 주식 투자를 공부하거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 지적 자극이 되어 일에만 매몰되어 있던 사고를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주어진 직장생활에 인생을 바치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본인만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창업가들이 창업을 시작하는 시발점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영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빠르게 달리는 데에 그칠 뿐인데, 나는 날고 싶기 때문에 워라밸이 필요하다. 날기 위해서는 먼저 빠르게 달리는 법을 알아야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훌륭한 개인 투자자는 아니지 않는가? 


요약하자면, 나의 워라밸은 다음의 긍정적인 Cycle을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내가 평생 직장에서 근무할 마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인생을 원한다면 좋은 워라밸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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