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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초 Dec 29. 2020

이직할까? 사직서 FLEX 전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점들

우리는 YOLO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마리에 곤도의 가르침처럼 “행복하지 않으면 퇴사하라”는 식의 정서, 즉 퇴사를 FLEX하는 정서가 은근히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어머니/아버지 세대처럼 힘들고 맞지 않는 직장에서 10년씩 다니면서 견뎌내는 걸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와 가장 잘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직하는 게 오히려 커리어에 누가 되는 경우는 없을까? 여기 생각이 많은 자의 이직 전 점검 포인트들을 공유하니, 죽을만큼 싫은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FLEX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할 포인트 1) 다른 사람의 삶을 동경할 때는 그 사람이 속한 세상의 밑바닥도 같이 고려하자


나는 현재 보수적인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꿋꿋히 버티면 승진이 보장되지만, 성과에 따라 승진 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의 성과에 따라 결과가 극단적이게 달라지는 스타트업에 자꾸만 눈길을 돌리게 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30대 초반 CEO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대이다.

미디어 커머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유튜브 VLOG 등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이 무수히 많아졌고, 부의 실현에 있어 대형 초기 자본이라는 진입장벽은 무너진지 오래이다.

그렇지만 항상 기억해야 하는 건 어느 업계나 성공한 이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점이다.


성공의 기준을 임원이 되는 것으로 임의적으로 설정한다면,

내가 속한 보수적인 업계는 성공하기까지 시간 투자를 더 오래해야되는 대신 안정성, 즉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어쩌면 계속 “버티기만” 하면 잘될 수도 있는 업계이다.


반면 스타트업의 세계는 성공한 사람은 이건희 옆집에 집을 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지만 (남대광 대표님 부럽습니다 크흑), 무수히 많은 창업가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곳이다.


각각의 업계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공존하고,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던 A가 스타트업에 가서 빠르게 임원으로 승진하고, A의 스타트업 역시도 고속성장으로 하루아침에 유니콘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A가 생각보다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A의 스타트업 역시도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업계를 동경할 때는 그 업계에 속했을 때의 최악의 Scenario도 고려해야한다.

영화감독의 삶이 멋져보인다면 봉준호만 고려할 게 아니라 이름 모르는 무명감독의 인생까지 고려해야한다.


(물론, 지금 하는 얘기들은 쫄보나 할법한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참고만 해달라, 데헷.)



생각할 포인트 2) 당장 재밌는 것, 당장 끌리는 것만 고려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하기 싫은 데 무조건 참고 살 필욘 없지만, 지금 무언가를 재밌다고 느끼는 이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는 영화와 예술을 미친듯이 좋아했지만, 지금은 한달에 한번 전시회를 가거나 영화를 볼까말까다.


반대로, 어렸을 때는 생물 / 경제 / 기계 / 컴퓨터 같은 분야들을 세상에서 가장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지금은 시간을 내고 돈을 지불하여 업무 외 시간에 해당 분야들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있다.


사람의 관심사는 꾸준히 변하기 때문에, “재미”를 우상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너무나 다양한 우연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너무 많다.


역동적인 나의 인생처럼 관심사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나의 성향과 산업의 미래 전망을 고려해서 가장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자. 싫증내지 않고 오랫동안 좋아할만한 분야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산업 자체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진 않은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생각할 포인트 3) 무언가를 꾸준히 했을 때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여러 우물을 판 사람보다 한 우물을 깊게 판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후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성과를 내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바로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를 빙빙 돌며 이륙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하면 적응하는 기간이 별도로 필요하다.


현자들은 말한다. 지금 직장에서의 성과에 자신 있고, 본인의 성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시점에 떠나라고. 즉, 처음 이 직장을 왔을 때 염두해두었던 능력을 충분히 기르고, 단단한 네트워크를 충분히 쌓았을 때가 바로 떠나도 좋은 시점이다.


기억하자. 파다만 건 우물이 아니다. 물이 나와야 우물이다.


물론 한 우물을 파는 건 정말 어렵다. 그건 한 평생 여러 우물만 판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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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다. 또한, 한번 이직하면 다음 이직까지는 어쩔 수 없이 그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한다.

우리, 지혜롭게 이직 시점을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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