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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초 Mar 07. 2021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 행복할까?

우리 시대가 갈망하는 경제적 자유의 함정

내가 속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적 자유”를 중요시하는 세대이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인 586세대가 사회적 가치들을 위해 싸우는 시대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의 풍요와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는 세대이다. 유튜브, 블로그, 네이버 스토어, 아마존 마켓 등 온라인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무수히 많은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대기업 임원이 되기 위해 목숨 바쳐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20대 초반인 내 동생만 해도 벌써부터 주식투자와 블록체인에 관심 가지고, 사회적 위치가 높은 직업보다도 많은 자본을 갖고 있는 건물주가 되는 것을 꿈꾼다. 사회운동에 참여했고, 가치와 명분을 중요시했던 586 세대, 과도기적인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오로지 자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Z세대가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과연 행복할까? “경제적 자유”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경제적 자유” 그 자체만을 쫓는다면 그것 역시도 관념적 환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만 35세에 10억을 벌고 은퇴를 했다는 미국 베스트셀링 저자 “Grant Sabatier”의 경우를 본다면, 그는 은퇴 후에도 꾸준히 컨설팅, 강연을 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짜피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한다면, 그는 실제로 “경제적 자유”또는 “은퇴”를 한게 맞는가? 


건물주를 우상시하며 “경제적 자유”를 찬양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1. 자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전 글인 “넷플릭스, 영화 고르는 데만 1시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유와 시스템은 각각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자유를 선택한 쪽을 프리랜서, 시스템을 선택한 쪽을 직장인이라고 간단하게 본다면 그 차이는 단순한 정기적인 월급의 유무를 넘어선다. 


우선, 시스템이라는 것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은 사실 시스템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EBS 프로그램 “공부의 신”에 나오는 “공신”들은 하나같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국영수 과목 중심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했다고 한다. 그들이 만약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공부”를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편집되어 애초에 방송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원”이라는 시스템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나쁜가? 특별하지 않을 뿐더러, 전혀 나쁘진 않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시스템을 신뢰하고, 잘 활용하는 나라도 없다. 내가 취업준비를 하던 마지막 학기에 나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스터디”를 했다. “생활스터디”는 꽤나 독특한 개념인데, 취준생들이 각자 하루하루 생산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아침 기상시간, 공부 시작한 시간, 공부 끝난 시간, 그 날 하루 느낀 점 등을 카톡방에 올리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거나 하루 정해진 공부량을 못 지켰으면 할당된 벌금을 내는 식이었다. 내가 이 “생활스터디”라는 것에 대해 외국인 친구들에게, 특히 서구권의 친구들에게 얘기해주었을 때 그들은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서구권 나라들은 자유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렇게 개인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억압”시킨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듯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생활스터디”를 해본 나로서는 만약 그게 없었다면 나는 한없이 나태해졌을 것이고, 아마 하루하루 스스로를 원망하며 비생산적인 학기를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구국가들이 자유를 지나치게 찬양한다고 생각한다.  


또다른 예시를 보자. 우리나라는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에 대해 굉장히 신속하게 잘 대처한 나라이다. 나는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스템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자유를 찾아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기 보다 주어진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기 위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필요 시에는 검사를 받는 등 보건당국이 정한 “시스템”에 따라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회사”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쳇바퀴같은 재미없는 일상”을 사는 것으로 여긴다. 반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능동적으로 자기 일을 개척해나가는 창업가는 멋있다고 여긴다. 나는 그게 마치 “학원”보다는 “자기주도학습”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왜곡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게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것보다는 멋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온전히 개인의 행복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 특성상 “자유”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프리랜서로서 일을 수주하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팔고 뛰어다니는 것보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월급 받는 게 쉬운 건 너무 당연한 말이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프리랜서는 매일매일 자기 자신과 싸우며 일어나야 하는 반면, 회사원은 정해진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 없이 쉽게 기상한다 (또는 그럴 수 밖에 없다). 나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들이 손쉽게 주어지는 회사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쏟아 만족감도 느끼고 성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삶 아닌가? 




다만 내가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게 회사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개인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것인지, 창업이나 전업투자를 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자유 그 자체를 너무 우상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회사가 개인이 충분한 휴식을 누리게 해주고, 일정 수준의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건 그것과 별개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경제적 자유의 목적은 무엇인가? 


경제적 자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결국 사람은 사회적인 성취를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무언가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 나의 재능 또는 역량이 어딘가 의미있는 곳에 쓰였으면 하는 마음. 그러기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도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돈과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되었다고. 


그런데 나는 이 말에 잘 설득이 안된다.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그게 단순히 생계를 위해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라는 것은 나의 사회적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내가 10억을 벌어서 (서울의 집값을 생각하면 10억이 우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뤘기 때문에 내가 취미로만 했던 화가 일을 Full-Time으로 한다고 쳐보자. 


아무도 내 그림을 사려고 하진 않지만, 나는 어짜피 돈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림을 제작하며 만족감을 느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림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 결국 나의 사회적 성취 수준으로 이어지고, 나의 재능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적 성취가 없는 경제적 자유는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은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자아 실현 수단이기도 한데, “경제적 자유”를 너무 중요시하다보면 그 사실이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직장인으로 근무하면 성공적인 아마존 셀러의 연봉에 비해 한참 못 미칠 수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비즈니스 업계에서 커리어를 밟아나가다보면 보다 다양한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들이 올 수 있다. 


투잡이나 재태크를 통해 직장에서의 월급만으로 축적하기 어려운 자본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은 개인에게 분명한 이득이 되겠지만, 온전히 돈을 중심으로 직장을 선택하거나 투잡을 위해 직장에서의 성과는 저조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나의 생각이 대세적인 생각과 맞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경제적 자유”가 보장해준다는 “행복”이 정말로 보장되는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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