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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그린 Sep 25. 2022

행복을 유예시키지 않는 사람

“너의 행복을 가로막는 건 항상 너 자신인 것 같아.” 오늘 아침 들은 엄마의 일침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욕심이 많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머릿속에 높은 이상향이 있고, 그 이상향을 이루지 못했을 때 괴로워한다. 

날 괴롭히는 건 부모님의 기대도, 사회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인생에 대한 기대 수준도 아니다.  

그저 내 높은 이상향이다. 


나의 친구 수정은 약 2년 동안 취업 준비를 했는데, 그 기간동안 어떤 명품 브랜드의 반지가 매우 사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취업 준비생의 신분인지라 “정말 원하는 곳에 취업하면…” 이라 하며 반지를 사는 것을 미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취업한 곳이 본인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곳이었고, 그래서 결국 반지를 영영 사지 못했다. 


내가 정말 저 반지를 사서 행복해질 것 같으면, 무언가 이루었을 때가 아니라 지금 사도 된다.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인데, 우리는 그걸 잊고 산다.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야만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고 싶은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에 취업하지 못하자 내가 행복할 자격이 없는 인생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 당시 내가 들어간 회사를 객관적으로 봤을 때 회사의 명성이나 페이 등이 평균 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실패한 인생인 것 같았다.


주말에도 나는 이직 준비를 했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고 놀지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이직 준비만 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 이직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쉽사리 이직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처음의 내 생각과 달리 나는 계속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2년을 보내고… 이렇게 행복을 계속 유예시키다가 내 인생이 끝나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있는 그대로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내가 바라던 성공의 기준들을 다 이루지 못해도.. 

내 인생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걸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괴롭고 불행할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객관적으로 그렇게 나쁜 상황이 아님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완벽한 남자를 찾는 것이다.

나와 잘 통하면서 외모도 호감형이고, 나와 비슷하게 또는 나보다 좀 더 능력이 좋은 사람. 똑똑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일부 상충되는 다수의 조건들을 가지고 찾다보니 남자를 찾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너무 내가 원하는 남자 찾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그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내 인생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부족한 한가지가 바로 동반자인데, 이걸 찾아야만 내가 100%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 다시 나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행복을 미루기로 선택하고 있다.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은… 우리가 원하는 걸 이루었을 때의 인생은 또 다른 고민들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랑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면 새로 고민할 것들 투성일 것이다.

아이는 언제 낳을지, 낳는다면 일과 육아는 어떻게 병행할지, 시댁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지, 둘 중 한명이 타지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게되면 서로의 직장은 어떻게 할지 등등… 


그때는 그때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혼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이걸 충분히 누리고 싶다. 


주말에 혼자 책 읽고, 운동하고, 글쓰고, 사색하고, 쇼핑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자유롭게 새로운 모임에 가고. 

때로 번아웃이 오면 혼자 여행을 가고.. 

이런 것은 혼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를 주고 싶다.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고. 

나는 지금 당장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 

설령 내가 원하는 남자를 계속 찾지 못해 30대 후반에 결혼한다해도,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행복한 인생이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인생이다.


고로, 지금 당장 행복하자. :)


(사진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플렌테리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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