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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l Light Aug 29. 2022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서

눈물의 12시간 추적기 


반려견이 사라졌다.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헐거워진 대문 잠금쇠가 열리면서 강아지가 집을 나간 것이다. 

가출을 알았을 때는 밤 10시. 정황상 나간 지 15분 정도가 지난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급하게 산책길로 가봤지만, 십 년 동안 거의 매일 산책을 했기 때문에 사실 동네 전체가 산책로였다. 가족 모두가 찾아다녔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미 봤던 장소를 여러 번 빙빙 돌고 있었다. 

길에서 개와 산책 중인 사람들만 보면 무작정 달려가서 물었는데, 고맙게도 유기견 찾기에 도움이 될만한 앱을 알려주고 강아지를 보게 되면 연락해 주겠다며 나의 연락처를 물어봐 주었다.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강아지는 한 마리도 없었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아주 많았다.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뛰어가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면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전부 고양이었다. 우리 강아지가 아니라서 실망했고 동시에, 혼자 웅크린 채 몸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 들어 나를 보는 고양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두 시간이 흘러 자정이 되니 거리에 오가는 사람도 뜸해지고 정적이 흘렀다. 새벽의 태풍 경보 때문인지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반소매 차림의 팔이 차가웠다. 추위에 떨고 있을 강아지가 걱정되었다.

개를 잃어버렸을 때의 골든 타임은 세 시간이라고 하는데 골든 타임은 끝나가고, 더 멀리 달아나기 전에 강아지를 찾아야 했기에 마음만 더 조급해졌다. 


SNS에 전단을 올리고 다시 찾아 나서긴 했지만 골든 타임이 지나고 새벽이 되니 이제는 강아지를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이 밀려왔다. 강아지는 목에 인식표를 달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어떤 연락도 없었다. 

아직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걸까? 어디서 로드킬을 당한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동물 학대범에게 붙잡힌 것은 아닐까? 걱정이 멈추지 않았다.


탐색을 그만두고 유기견 사이트에 전단을 올렸다. 사이트에 강아지를 찾는 사연을 올리자마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새벽에 이렇게 빨리? 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구청 당직실에 연락해봤어요?


모르는 여자가 거두절미하고 나에게 물어본다. 나도 누구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네? 구청이요? 새벽에도 통화가 되나요?” 

“저녁에 구청에 맡겨진 유기견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사는 지역구에서 가까운 구청을 다 알아보고 없다고 하면 유기견 찾는 신고를 하세요.” 

그분이 구청, 경찰서, 유기견 찾기 앱 등, 내가 확인해봐야 할 곳을 알려주면 나는 즉시 해당 기관에 확인하는 방법으로 강아지를 찾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모든 관계자분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분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구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밤새 로드킬을 당한 동물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도로변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구청에서 수습한다는 얘기를 듣자 눈물이 났다. 십 년을 함께한 강아지인데 한 번의 부주의로 잃는다는 게 미안하고 허망했다. 다행히도 그날 저녁 로드킬로 수습된 유기견은 한 마리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아침에 인쇄해서 배포할 전단을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을 넣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연을 쓰고 사례금도 걸었다. 새벽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전화기를 지켜보며 전단을 복사할 프린트샵이 영업을 시작하는 아침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제 외출했다가 돌아온 복장 그대로 깜빡 잠이 들었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아침 9시였다. 


강아지를 발견했다는 거짓말 같은 전화였다. 


강아지는 집으로부터 버스로 네 정거장 떨어진 공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나와 자주 산책을 다녔던 곳이었다. 

나는 왜 이곳까지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까? 공원 근처까지 강아지를 찾으러 갔다가 중간에 돌아왔다. 

깜깜한 밤에 강아지가 6차선 도로, 사거리 신호등을 두 개나 건너지는 못했을 거라는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강아지를 찾았다. 강아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멀리 달아나 있었다. 

밤새, 추위와 다른 동물들을 피해 공원 근처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간 강아지를 관리소 아저씨가 아침에 발견하고는 인식표를 보고 연락을 주신 것이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강아지는 가출 12시간 만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거짓말처럼, 그날 만난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온 우주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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