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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사이드 하우스를 알게 된 것은 유학을 준비하며 알게 된 학원 친구 덕분이었다.
나보다 먼저 일본에서 유학하던 친구가 이사할 집을 찾던 중에 우연히 영어 잡지에 실린 외국인 전용 게스트 하우스 광고를 보게 되었다.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에 집세도 웬만했다. 게다가 게스트 하우스가 위치한 동네는 외국인도 많이 살고 있고 주변에 아름다운 공원과 예쁜 가게가 많아서 도쿄의 도심보다 여유로운 삶이 가능했다.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이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실제로 집주인이 영어 회화 테스트를 한다고 했다. 나는 영어를 못했지만, 영어가 되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운 좋게도 별도의 테스트 없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집주인과는 어설프지만,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점심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먼저 무거운 짐을 게스트 하우스로 보내고, 가벼운 몸으로 도쿄 시내를 구경했다. 오후가 돼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허름한 외관을 보고 당황했다. 들어가서 보니 더 실망스러웠다. 오래된 다다미방 주택이었는데 여기저기 낡은 구조물이 지진이라도 나면 금방 무너질 것 같았다.
집주인과 계약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나무 계단에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났다. 계단에 깔린 카펫은 잿빛이었고 퀴퀴한 냄새도 났다. 내 방은 이층의 테라스 쪽 끝 방이었는데 테라스가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조그마한 반투명 유리가 붙어 있는 나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다미 냄새가 확 느껴졌다. 그런데 낡은 다다미 바닥 한가운데에 꽤 큰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돗자리 바닥이라 음식물을 흘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다.
문 옆의 미닫이 문을 열어보니 잡다한 물건을 다 넣을 만큼 넉넉한 공간의 벽장이 나타났다. 컴컴한 빈 벽장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급하게 문을 닫았다.
방에는 아무런 집기 없이 세탁한 것 같지 않은 이불 한 채와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주인은 투숙객이 퇴실하고 나면 이불을 볕 좋은 테라스 난간에 반나절쯤 널어놓았다가 그대로 걷어서 방에 들여놓고 손님을 받곤 했다. 게다가 방을 제외하고 부엌과 화장실, 욕실은 공용이었다. 이런 낡은 집이라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집세가 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나는 이불에 누워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짐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열어 둔 창문으로 누군가가 기어 올라왔다. 창문을 닫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까스로 소리치며 일어났는데 꿈이었다.
이럴 수가! 이제 첫날인데 벌써 가위에 눌렸다.
저녁이 되자 하네다 공항에서 내가 보낸 짐 가방이 도착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게스트 하우스에 사는 외국인도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자 조용했던 복도가 소란스러웠다. 벽이 얇아서 말소리가 옆에서 떠드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덩치 큰 사람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쿵쿵 발소리가 나며, 나무 바닥 복도가 요동쳤다.
가만히 방에 앉아서 딴 세상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