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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목욕탕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던 어느 늦가을, 찬물 샤워의 고통과 불편은 샐리가 매일 나의 방에 찾아와 불만을 늘어놓게 했다.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만 되면 게스트 하우스에서 전기세로 1등을 하는 나에게 온수 단수는 청천벽력의 소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은 눈치인데 나와 대만 친구 샐리만 크게 동요했다.
샐리가 집주인에게 샤워룸의 수리를 재촉하는 글을 써서 1층의 집주인 관리실에 붙여 놓았는데, 외출 다녀온 집주인이 자기 메모를 떼 버렸다며 화가 나서 내방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늦은 밤 나에게 도착한 문자 메시지.
나에게 큰 냄비가 두 개 있는데,
그것으로 부엌에서 더운물을 끓여 샤워하지 않을래?
낡고 예스러운 게스트 하우스에서 유일하게 현대적인 느낌의 장소가 딱 한 곳 있는데 바로 샤워 부스다.
사람 한 명이 서서 샤워할 수 있는 초소형 큐브로 된 샤워 부스인데 온수, 냉수도 잘 나오고 배수 기능도 좋았다. 참으로 일본다운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은 남녀 층 구분 없이 자유롭게 섞여 있는 시스템이지만 샤워룸만 1층은 남자 샤워룸, 2층은 여자 샤워룸으로 구분해서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샐리처럼 냄비에 뜨거운 물을 들고 2층을 왔다 갔다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모두가 출근한 아침 시간을 틈타 1층의 남자 샤워 룸을 빈집 털이 하기로 했다.
대부분 오전 일찍 출근해서 게스트 하우스에 남아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1층으로 내려가서 샤워 부스로 뛰어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나 누가 노크할까 조마조마하며 매우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번개 샤워였다.
다행히 내가 샤워를 마치고 끝날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 샤워 룸의 수리가 끝났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번개 샤워가 딱 한 번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