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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게스트 하우스에는 머물다 떠나는 친구들에게 송별 파티를 열어 주는 문화가 있었다.
보통 짧게 있다가 가는 사람들보다 몇 개월에서 몇 년씩 살다가 떠나는 친구가 더 많았다. 떠나는 친구에게 송별 선물로 줄 겸 개인적으로 추억을 기념하고 싶어서 친구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6년도에는 디지털 시대가 폭발하기 바로 전, 아날로그 감성이 넘치는 시절이었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집에서 직접 필름을 현상했다.
다이닝룸에서 공부하는 소냐, 날씨 좋은 날 테라스에서 일광욕하는 라비, 아침 식사하는 친구의 구멍 난 슬리퍼, 부엌에서 요리하는 친구, 빨간 단풍이 아름다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파비안, 눈 오는 날 자전거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 등, 일상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룸 투어
필름 카메라를 들고 파크 사이드 하우스의 개성이 넘치는 친구들의 룸 투어도 했다. 똑같은 사이즈와 구성의 다다미방이지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방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토미의 방은 게스트 하우스의 인기인다웠다. 보통 대부분 다른 친구들은 침대 하나만 간결하게 놓고 사는 데 반해, 여럿이 모여서 파티하고 TV를 볼 수 있도록 ㄷ자 모양으로 소파를 배치했다. 벽에는 집주인에게 받은 소음 경고장을 자랑스럽게 붙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가장 오래 지냈던 소냐의 방도 재미있었다. 일본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그녀는 아기자기한 일본 전통 소품과 그림 등으로 꾸몄다. 공간이 부족해 쌓아 놓은 많은 책도 멋스럽고, 커다란 종이 전등이 분위기를 아늑하고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가끔씩 연주하는 반도네온도 훌륭한 장식품처럼 보였다. 가장 오랜 시간을 산 사람답게 방에 가장 많은 물건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어수선하다는 느낌보다는 비어 보이지 않게 잘 채워진 느낌이었다.
특이하게도 일본인 친구들만 아무에게도 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옆방 일본인 친구는 내 방에 자주 놀러 왔지만 나는 한 번도 그녀의 비밀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가만 보니 다른 일본인 친구들도 게스트 하우스에 사는 그 누구도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 적이 없었다.
룸 투어를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친구들 방에 초대받아 가보면 악기 한 두 개씩을 꺼내어 연주를 들려주곤 했다.
파비안과 브렌든은 북, 크리스는 디지털 건반, 소냐는 취미로 하는 반도네온, 존은 주말마다 클럽에서 DJ를 했다. 그들은 가끔 공원에 모여 합주를 하기도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평화를 추구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등,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성향과 기질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