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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l Light Aug 29. 2022

소음 전쟁

12


D-1

게스트 하우스 사람 중에서 가장 영혼이 자유로운 토미의 방문 앞에 얼마 전부터 D-5라는 카운트다운 숫자가 붙었다. 

그리고 D-4, D-3…무슨 카운트다운일까? 

매일 토미 방 앞을 지나칠 때마다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디데이. 그날 토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 어디선가 쿵작쿵작 신나는 비트의 음악이 들렸다. 

토미와 친구들이 토미 방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다.  

알고 보니 토미의 옆방에 살던 일본인 히로가 이사 가는 날을 카운트 다운해가며 기다렸던 것이었다. 

히로는 소음으로 잠을 잘 못 잤고, 불행하게도 토미는 파티와 음악을 아주 사랑했다. 

토미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친구였고, 게스트 하우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음악 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자주 와서 함께 파티를 즐기곤 했다.

양극단의 사람이 만나는 바람에 그 둘은 자주 싸웠다. 복도에서 큰 소리가 나서 나가보면 어김없이 그 둘이 서서 큰 소리로 싸웠다.


음악 소리에 경찰이 올 것 같았다. 동네 사람들이 소음 문제로 게스트 하우스를 자주 신고했기 때문이다. 

토미의 방에는 평소에 소음 문제로 집주인에게 받은 경고장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다행히 오늘은 집주인에게 경고장도 받지 않았고 퇴실 조치를 당하지도 않았다. 


Please do not the party in the house and your room. 
I hope by the person who wants to do the party go to the IZAKAYA or Bar. 
Here is a residence living place not drinking house. Thank you.

집과 방에서 파티를 하지 마십시오. 파티를 하고 싶은 분은 IZAKAYA나 Bar에 가시길 바랍니다.
여기는 술을 마시는 집이 아닌 주거 생활공간입니다. 고맙습니다.



낡고 예스러운 게스트 하우스는 벽이 매우 얇고 방음이 잘되지 않았다. 토미와 히로뿐만 아니라, 일본인 마키와 프랑스인 파비안도 똑같은 문제로 자주 싸웠다. 음악을 하는 파비안의 옆방에 사는 마키도 자주 항의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소음으로 퇴실 조치를 당한 첫 번째 사람은 내방 바로 아래층 방에 사는 D였다. 연인과의 애정행각이 문제였다. 방에서 들리는 소음은 영화 <델리카트슨 사람들>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정작 그의 윗방에 사는 나를 비롯해 아무도 개의치 않았는데, 집주인은 몇 번의 경고 후에 그를 퇴실 조치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파크 사이드 하우스 소식을 듣게 되었다.

외국인 전용이었던 게스트 하우스가 일본인 전용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이었다.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 특성상 아마도 집주인 아저씨의 극단적인 조치 같다. 

그리고 파티로 집주인에게 경고장을 받고 옆방 친구와 싸우던 토미는 일본 국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따뜻하고 재미있고 사교적인 토미는 학생들과 소통을 잘하는 좋은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인생은 토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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