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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대는 모두 2030이다.
다이닝룸에서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학업이나 커리어, 미래에 관해서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이 자신이 태어난 고국에서는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국적이 다른 우리가 도쿄에서 만나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보다.
이곳 게스트 하우스 사는 외국 친구들은 일본이 좋아서 살고 있는 외국 친구들도 꽤 있었다. 모국어로 세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일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머지않아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것 같다는 프랑스인 소냐는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잠깐이나마 고향인 프랑스에 방문하면 7년이나 사는 이곳 일본에 하루빨리 돌아오고 싶어 안달이 난다고 했다. 프랑스인이 너무 싫다고...
그래서 소냐는 방학 기간에도 프랑스에 가지 않은 때가 많다.
일본인 소노코는 40도에 가까운 무더위에도 곧 다가올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됐다.
게스트 하우스에 살고 있는 세명의 일본인 중에 제일 일본인스럽지 않다고 느낀 사람이었다. 소노코는 사고가 개방적이고 호탕하고 유머러스했다. 그리고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원스러운 그녀가 좋았다.
일본으로 유학 온, 대만인 샐리는 대만엔 미래가 없다며 결혼해도 절대 애는 낳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일본에서 살겠다고 했다.
나 역시 내 나라가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다른 민족으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친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어디에 살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다른 나라의 친구들에게도 묻고 싶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찰리 채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