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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오후 5시를 알리는 차임벨인 줄 알았는데 재난에 대비한 시험 방송이라고 한다. 시험방송을 매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음악이 나오면 집으로 귀가했다고 하는데 정말 귀가 벨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차분하고 약간은 구슬픈 멜로디가 어떤 때는 노을과 어우러지면서 기분이 센티멘탈해지기도 한다.
이 시간은 매직 아워다.
환기를 위해 활짝 열어둔 모든 문을 통해서 어두웠던 게스트 하우스의 구석구석까지 오렌지색 빛이 낮게 드리운다. 이 멋진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곤 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늘 활기차고 시끌시끌했다. 그런데 이 시간만큼은 고요했다. 벌레소리 새소리만 들렸다.
퇴근 시간이 되기 전 잠깐 동안이지만, 아무도 없고 고요한 테라스에서 혼자 만끽하는 노을은 게스트 하우스 친구들이 일을 마치고 들어와 마시는 차가운 맥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만 되면 가끔 조엘의 방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 조엘은 호주 친구인데 유일하게 이 시간에 집에 혼자 있었다. 그가 가끔 기타를 연주했는데 차분한 멜로디가 노을과 잘 어울렸다. 그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연주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도 내 방에서 가만히 그의 기타 연주를 들었다.
서울은 밤이 없는 나라다. 주택가에 살고 있지만 밤이라고 해도 완벽한 정적과 완벽한 어둠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밤에도 밝은 빛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자동차 소리와 공사 소리, 주변 이웃의 자잘한 소음에 고요함은 불가능이다. 가끔 진공 같은 순간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