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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l Light Aug 29. 2022

문화 차이

17



북한 핵 관련 뉴스가 프라임 타임 뉴스를 도배하는 날에, 복도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의 나라 괜찮은 거야?”하고 묻는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평범한 뉴스로서 그다지 놀라지 않는 데 반해, 뉴스를 접한 친구들은 당장이라도 일촉즉발 한국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걱정스러운 눈치다. 어느 정도는 일본 뉴스가 북한 핵 뉴스를 다루는 온도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인은 북한 뉴스에 매우 예민했다.


이것은 마치 한국인이 일본 지진이나 화산 분출 뉴스를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일어난 강도 높은 지진이나 활화산의 분출 뉴스를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일본인 지인들에게 연락하면 내가 북한 핵 뉴스를 대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괜찮다고, 뭐 이런 일로 연락했냐는 뉘앙스로 말한다. 


게스트 하우스에 살면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질문들을 가끔 받곤 했다. 

“고향 집에 냉장고는 있니? 텔레비전은?

“너는 북한 친구가 있니?” 

아마도 내가 북한에 온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비교적 가까이 접한 일본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너희 나라에는 사진 학교가 없니?” “한국엔 필름이 있니?” 


사람들은 한국을 잘 몰랐다. 

지금의 한국의 문화, 경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상상 못 할 질문이겠지만 2006년도에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에게 적잖게 했던 질문이었다. 




일본에서 ‘묻지 마’ 살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줄을 이어서 뉴스에 나올 때였다. 

혼자 죽기 싫어서 익명의 다수에게 일으키는 범죄에 사람들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뉴스를 보고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났다. 

우연히 다이닝룸에서 테이블 위에 있던 아침 신문을 보다가 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저런 살인자들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뉴질랜드 로버트 아저씨가 중저음의 유창한 일본어로 자신은 사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목숨은 신만이 판단할 수 있으며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살인자에 대한 관대함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에서 뉴질랜드인과 나누는 사형제도에 관한 이런 논쟁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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