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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룸에는 사람들이 고국으로 떠나면서 기부하고 간 책이나 물건이 있었다.
그곳에 오랫동안 마스코트처럼 놓여있던 앤틱 한 디자인의 시디 플레이 겸용 라디오가 어느 날 사라졌다.
누가 잠깐 빌려 가서 쓰고 있나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한번 사라진 이후로 영영 종적을 감췄다. 친구들이 부엌에서 요리하거나 파티할 때 즐겨 사용하던 시디 플레이였고, 몇 년간 아무도 그 시디플레이어를 개인적으로 가져가서 사용한 일은 없었다. 늘 다이닝룸 입구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정겹게 맞이하던 라디오가 사라지니 다이닝룸이 아주 허전했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던 물건이 사라지고 난 후의 허전함뿐만 아니라 뭔가 모를 그동안 조용히 잘 지켜졌던 평화가 무너지는 느낌에 마음이 허하고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꽃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아오야마 꽃 가게에 들러 신중하게 고른 예쁜 꽃들을 학교에서 촬영을 마치고 나면, 집에 가지고 와서 제일 예쁜 꽃은 프랑스 친구 소냐에게 선물하고, 나머지 꽃을 여자 샤워 룸에 가져다 놓곤 했다. 샤워 룸을 오가는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두려웠다.
설마 나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의 소행일까 싶어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모르게 샤워 룸에 가져다 놓은 꽃이었다.
친한 친구들과 모여 이 충격적인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모두 이런 짓을 할 사람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고 절대 파크 사이드 하우스 사람의 짓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이곳은 사실 출입문을 24시간 개방했고, 많은 사람이 드나들긴 했다. 단기 여행객도 있었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애인이나 친구들도 아무 때나 자주 들락거렸다. 집 청소를 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수시로 바뀌어서 얼굴을 알 수도 없었다. 집주인이 항상 상주하고 있지도 않았고, 감시 카메라도 없어서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도 전혀 알 수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역시 가능성일 뿐이고 진짜 누가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모두 여전히 우리 중에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가여운 꽃들.
그가 단지 꽃을 싫어해서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