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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친구 필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조그만 크리스마스트리를 다이닝룸에 가지고 내려왔다.
그는 이런 이벤트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외국인 전용 게스트 하우스이긴 하지만 핼러윈이라고 모두가 분장하고 나타나지는 않았다. 필 혼자서만 마법사 분장을 하고 나타나서 우리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다이닝룸에 아무런 장식이 없자, 그가 솔선수범으로 나선 것 같았다. 필은 이런 일을 즐겼다. 항상 그의 이벤트에 격하게 반응해주는 사람들은 핼러윈 때와 마찬가지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몇 안 되는 여자들이었다.
다이닝룸에 있던 대여섯 명이 필을 도와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쓸 겸 재미 삼아 눈꽃 모양의 오리가미를 만들기로 했다. 다이닝룸에서 공부하거나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오리가미 눈꽃을 만들다 보니 누가 가장 예쁘고 독특한 눈꽃 모양을 만들어 내는지 경쟁이 붙었다. 내 생각에는 대만 친구가 만든 오리가미가 제일 예뻤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만든 눈꽃 모양 오리가미를 다이닝룸 벽과 출입문에 장식했다. 재미 삼아 즉흥적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훈훈한 마무리로 끝났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다이닝룸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이 파티는 공식적인 파티가 아니었음에도 각자가 자신들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크리스마스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 시끌벅적한 파티가 돼버렸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게스트 하우스에 모인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무척 재밌었다고 했다.
테이블 한가운데는 초대받은 다른 한국인이 장식한 것으로 보이는 태극기가 있었다. 친구들 덕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로벌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