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마을 시장으로 쌀을 사러 갔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이, 한국사람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하잖아. 그게 타고난 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어려운 교육과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간다 시장을 가보니 알겠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수학을 잘하는 것 같아, 특히 산수를.
쌀 가격을 물어봤어. 1 킬로그램에 4,000 씰링(Shilling)이래. 우리는 3 킬로그램을 산다고 하고 20,000 씰링을 냈더니 13,000 씰링을 거슬러 주는 거야. 거스름돈을 너무 많이 줬다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했어.
"음? 아니에요. 맞아요."
"거스름돈이 너무 많다니까요."
그러자 2,000 씰링을 도로 가져가.
"아니, 내야 하는 돈이 12,000 씰링이고 사장님이 8,000 씰링을 거슬러주면 돼요."
"그래요? 고마워요."
아프리칸 특유의 이가 다 보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멋쩍게 다시 돈을 거슬러주더라고.
그다음에는 대학교 근처에 돼지고기를 사러 갔어. 동네 정육점 같은 곳인데 가게 바깥쪽에 그려져 있는 돼지가 밝은 상아색 벽 색깔과 어우러져서 상당히 귀여워. 귀여운 겉모습과는 다르게 안에서는 상체가 없는 돼지 하체를 그냥 두동강내는 장면을 보기는 했지만 말이야.
어쨌든 여기에서 돼지고기 3킬로그램을 샀어. 1킬로그램에 9,000 씰링이라고 해서 50,000 씰링을 냈더니 이번에는 13,000 씰링을 거슬러 주는 거야. 이번에는 10,000 씰링을 적게 준 거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맞게 줬다고 우기길래 핸드폰 계산기를 꺼내서 숫자를 두들겼더니 그제야 10,000 씰링을 더 줬어. 만약에 시장에서 쌀 사장님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거스름돈을 적게 내려는 수작인 줄 오해했을 거야. 그런데 두 번째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냥 계산이 안돼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우리는 정확하고 빠른 계산이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일일이 말해주는데 현지인들은 가게 사장이든 소비자든 그냥 대충 넘어갈 것 같더라고. 이렇게 해서 무슨 장사를 하나 싶지만 그게 또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교사님 댁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간다 대표 길거리 간식을 먹어봤어. 기름에 구운 짜파티(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몇 개 넣어서 돌돌 말아먹는 것이 바로 그것이야. 처음에는 롤렉스, 롤렉스 하길래 아니 왜 명품 시계를 먹는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Roll Eggs를 부르는 말이었어. 호떡에 설탕 대신 계란을 넣어 먹는 느낌과 살짝 비슷할 거 같아. 아무튼 우간다 대표 간식이자 바쁠 때는 김밥처럼 식사대용도 되는 거지. 맛은 꽤 고소한 것이 나쁘지 않아. 한국인들도 많이들 좋아한다더라고.
아, 우간다에 대표 음식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마토케'야. 우리는 노란색 바나나를 먹는데 이들은 초록색 바나나를 찌거나 구워서 주식으로 먹어. 주로 야채나 땅콩소스와 곁들여 먹는 거야. 처음에 길거리에서 바나나를 구워서 파는 모습을 보고 '아, 바나나를 구워 먹으면 더 달고 맛있다는데 그렇게 먹는 간식인가 보다.' 했는데 우리가 쌀을 먹듯이 이 바나나가 이들의 주식이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