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시 만난 피부염 (1)]

영국에서 병원가기

by 현이진

(2018.7.)


영국으로 떠나기 전 2년가량 지루성 피부염을 앓았어. 이름만으로는 이게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없어. 오로지 겪어본 사람만 알아. 나는 특히 얼굴에 발발해서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어. 얼굴에 열감이 계속 올라오고, 모기에 물린 것처럼 여기저기가 가려워서 밤에 잠을 못 자기도 했어. 손발은 차가운데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처럼 벌게서 겨울에 온풍기가 있는 곳은 10분도 앉아있지 못했어. 병인지도 모르고 대충 피부과 약으로 버틴 시간이 1년, 심각한 증상으로 학교에 병가까지 내고 치료에 매진했던 게 또 1년. 여러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찾고 반신욕부터 식이요법, 운동, 영양제, 세안 물 바꾸기, 화장품 교체 등등 안 해본 게 없었지. 감사하게도 지금은 좋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을 정도로 우울감도 심했어.


그런데 영국에 온 지 한 달이 안돼서 몸 여기저기에 피부염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급기야는 다리가 가려워서 밤에 자다가 깨는 지경에 이르렀어. 내 마음에 두려움이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했어. ‘내가 어떻게 이 곳에 왔는데..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하면 어쩌지?’,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한 번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누비고 다녔지.

당시 피부에 올라온 발진들


이런 증상에 대해 구글로 검색을 해가며 ‘E45 크림’이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한국이랑 너무나도 다른 물(영국은 특히나 물에 석회질이 많기로 유명해) 때문에 나와 꼭 같은 증상은 아니어도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걸 사서 발라봤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고 증상이 악화되길래 나는 결국 병원에 가는 길을 택했어. 여행을 다니며 여행자 보험을 들어도 한 번도 써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쓰게 된 거지.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 아니잖아? 병원 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 일단은 급하니까 베이스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았지. 걸어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어. 그 지역이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니까 그 거리에 병원이 있는 게 고마울 따름이었어. 내가 영국인이 아니니까 병원 한 번 가는데 베이스에서 추천서까지 받아 가지고 가야 되더라고.


친절한 웃음으로 병원 데스크의 직원이 날 맞이해 줬어. 영국 사람들이 매너는 확실히 좋잖아?

“제가 피부가 간지러워서 왔는데요.. 여기 추천서..”

“아, 그러시군요. 여기 서류들을 작성해주시고 나면 의사 선생님과 예약을 잡을 수 있어요.”

“오늘 진료를 볼 수도 있나요?”

“아니요, 아마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아요.”

단순 진료인데도 이러니, 병원 예약 날을 기다리다가 병이 낫는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앞뒤로 영어가 빼곡한 종이 다섯 장을 주었어. 나는 당장 피부가 가려워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이 서류들을 다 작성해도 진료를 볼 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앉아서 서류들을 보다 보니 그 많은 영어에 압도당해서 그런지 사람이 오히려 단호해지더라?

“다음에 올게요.” 하고 바로 병원 밖으로 나가서 바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어. 나는 지금 당장 진료가 필요니까 이곳은 안될 것 같고, 내가 런던이라도 나가겠으니 가장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고 말했지. 다행히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연계된 병원에 가기만 하면 어떤 서류도 필요 없이 진료만 받고 나오면 되는 아주 훌륭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어. 정말 감사하게도 다음 날 바로 런던에 있는 병원에 예약이 잡혔지. 아픈 건 서러웠지만 솔직히 평일에 정당한 사유로 런던을 가게 돼서 조금은 들뜬 마음도 없지 않았어.

하펜든 병원에서 받은 진료를 받기 전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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