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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Aug 25. 2018

루이비통의 미래  

 여행가방이 갖춰야 할 미덕에 대하여 

루이비통, 타임캡슐 전시를 보고 

복식사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패션의 역사와 미학, 기술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들을 강의해온 제겐 루이비통은 강의의 단골 소재입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 파리의 오트 쿠튀르 문화와 당시 발흥하던 패션산업을 이야기할 때 이 브랜드는 도대체가 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때 3초 백이라고 불리며 매출 하락을 경험하던 루이비통은 최근, 과감하게 스트릿 감성을 녹여내는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심지어는 백인의 자존심이라는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흑인인 버질 아블로로 교체했지요. 요즘 너무 핫해서 난리예요. 



오늘 올려놓은 전시작품은 10월부터 캐나다에서 시작될 Time Capsule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입니다. 이번 전시는 160년 루이비통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예요. Time Capsule 전시는 작년 홍콩에서 4월에 개시하여 방콕과 베를린, 싱가포르, 두바이와 상하이에서 전시를 했고 올해도 멜버른과 마드리드, 로스앤젤레스와 오사카 순회 전시(Travelling Exhibition)를 했습니다. 



루이비통, 여행을 재정의하다 

당시에 발명된 트렁크와 핸드백을 맥락과 역사를 꼼꼼하게 따져보며 읽다 보면 그리 흥미로울 수가 없습니다. 루이비통은 '라이프스타일의 발명'이라는 시대의 변화과정에  혁신으로 답했던 브랜드입니다. 당시 배와 항공,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발명되고, 인간이 답파할 수 있는 대지의 거리가 확장됨에 따라, 인간의 정신도 함께 확장되었지요. 여행은 19세기가 열을 올리며 '정교화한' 라이프스타일이었습니다. 루이비통은 여행의 기술 Art of Travel의 동의어인 셈입니다. 



우리 시대의 여행의 기술 

1854년 창립자였던 루이비통은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의 방식'이 사업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걸 간파했습니다. 그가 만든 가방은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여행의 시대란 요구에 맞게 실용적이어야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누렸던 사치를 '여행의 과정'에서도 빼놓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각종 수납과 목적을 가진 트렁크를 개발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빈티지로 나온 루이비통의 1890년대 차구 세트를 담을 수 있는 트렁크나 책을 담는 트렁크, 무엇보다 한국의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에서도 보실 수 있는 '우편 가방'을 보면 마음이 다 설렌답니다. 당시 부르주아들은 여행과정에서 품위(respectability)를 재확인하기 위한 물품들이 필요했죠. 현대의 품위는 더 이상 19세기의 가치관에 갖혀 있지 않습니다. 여행용 가방의 형태와, 수납공간의 기하학이 변화하는 이유이죠.


루이비통에서 나온 시티 가이드를 읽다 보면, 업데이트되는 내용도 놀랍지만 도시 면면을 어찌나 잘 설명하고 있는지 여행의 기술과 여기에 필요한 트렁크를 팔아온 브랜드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책자를 낸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맥락을 잊지 않고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루이 14세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독특한 여행 책자 만들기 기술은 그 이후로 많은 유럽 각국의 모델이 되었지만, 항상 하나의 장소를 소개할 때, 사람과 체험에 중심을 둔 그 방식은 이제 표준이 되었습니다. 


루이비통, 미래의 트렁크

여행은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한 축입니다. 여행은 휴식과 자기성장의 내러티브와 연결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예민하고도 폭넓은 사유가 필요한 상품군입니다. 앞으로의 여행에는 어떤 가방이 필요하게 될까요? 저는 이게 굉장히 궁금해요. 우리는 장소를 이야기하지만, 여행은 이 공간에서 맞닿드리게 되는 심리의 풍경을 어떻게 다루느냐, 어떤 감정을 내려놓고, 담아오느냐의 문제이니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여행을 설계하는가에 따라, 가방의 형태가 결정됩니다. 루이비통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요즘 여행용 트렁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way 란 브랜드에 꽂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우리 시대의 '여행의 기술과 담론'은 여기가 더 잘 파는 거 같아요. 다음 회에는 이 회사의 마케팅 및 전략을 사례로 풀어볼까 합니다. 트렁크의 미래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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