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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Oct 01. 2018

패션전시를 마치고  

앙드레 김과 이신우의 Double Edge전을 정리하며 


전시를 마치고

롯데 애비뉴엘 갤러리에서 9월 1일부터 시작 한 달 동안 열린 앙드레 김과 이신우의 <Double Edge> 전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롯데와의 공동기획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한국의 패션전시 역사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거라고 자평합니다. 8090 시대, 한국 현대 패션의 실험성과 전통성의 조화라는 숙제 앞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갔던 두 명의 디자이너를 밀도 있게 살펴보는 전시였습니다.



2008년부터 저 스스로 패션 전시의 가능성과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한국에서의 패션전시란 대부분 해외 명품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브랜딩 하는 일환인 경우가 많았고, 국내의 경우 패션위크라는 한정된 기동안 DDP의 깊은 구석에서 열리고 있어서 정작 관람객들은 전시장소를 찾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보그에서 기획한 특별전만 해도 연대기식의 서술에 그치다 보니, 정작 치열하게 살아낸 시대의 '정신의 자리 Place of Mind'를 살펴보고 그 좌표를 면밀하게 평가하는 일에 서툴기만 했지요. 



저 스스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고, 마침 이신우와 앙드레 김이라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남아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유실된 옷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옷을 구매했던 분들을 연락하고, 당대 이신우 선생님이 스타일링을 해주었던 배우들에게 연락을 해서 하나씩 받아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은 그 자체로 기쁨이었습니다. 지금껏 가려져있던 디자인의 유적을 찾아보는 일이었으니까요. Double Edge 양날의 칼이란 뜻으로 전시 제목을 정한 것도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 시대의 다양한 단면들을 명쾌하게 잘라내, 선연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8090세대의 디자이너들이 지금껏 한국 현대 패션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질문할 때 해외 명품의 공세 앞에서, 독창성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글로벌화에 실패했다고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런 평가들이 제겐 너무 끼워 맞춘 교과서적인 답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80세대의 기업 중, 패션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재도 글로벌화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단국대학교 패션산업전공 학생들과 함께 

외려 이신우의 오리지널 리 같은 브랜드의 경우, 흑자도산이 되었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가파랐고, 그런 기업 내부의 속도를 규정하고 새롭게 호흡을 조율할 만큼, 우리가 내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밝지 못했습니다. 60년대 패션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양장이란 개념으로 옷을 접해온 디자이너들이 그런 내적 역량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거죠. 



저는 이신우란 디자이너가 실험했던 다양한 한국의 전통성의 계승과 뒤집기, 무엇보다 한국적 색감과 실루엣을 남성복에 원용해서 앤드로지너스한 새로운 남성상을 만든 점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전시를 끝내고, 오늘 철수를 했습니다. 사실 한 달이란 기간은 두 디자이너의 진경을 사람들에게 알리기에는 턱없이 짧은 기간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이란 유리한 입지 조건 때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전시를 다녀가셨습니다. 도슨트 예약이 밀려서 허겁지겁 달려가기도 했고, 매 시간 토요일/일요일 주말에는 정신없이 전시회를 찾아오는 분들을 뵙고, 인사드리고, 옷 이야기를 하는데 할여했습니다. 후회 없이 보냈습니다. 



이번 전시하며 감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많아요. 특히 전시장의 공간 구성을 맡아준 공간 디자이너 김소연 선생님은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기회에 꼭 큰 프로젝트로 만나 뵙고 싶어요. 그리고 매번 갤러리에 들러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힘내라고 환하게 웃어준 롯데 갤러리의 리셉셔니스트 두 분, 많이 고맙고요. 공동으로 기획하면서 미진한 저를 격려하며 가르치며 함께해준 책임 기획자 성윤진, 이은혜 두 큐레이터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어찌 보면 이번 전시가 행복한 것은, 우리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일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 기적의 모자이크로 만들어낸 풍경의 일부가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앙드레 김 스튜디오의 김중도 대표님과 패션 디자이너 이신우 선생님, 그리고 WHYJAY 박윤정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아 시원하다....... 이제 끝났네요. 끝나자마자 대형 프로젝트가 기다리지만, 그래도 이 순간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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